국내주식형 ETF 뭉칫돈…뜯어보니 '하락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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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하가 가시권에 들어가면서 코스피 30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외국인이 매수 강도를 높이며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좀처럼 국내 주식시장을 믿지 않는 모습입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 먼저 국내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해외주식형을 뛰어넘었다고요?
네,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올 상반기 국내 펀드시장은 엔비디아발 AI 열풍 속에서 해외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급성장했죠.
그런데 최근 들어 자금의 흐름이 뒤바뀌었습니다. 지난 1개월간 국내주식형 ETF 설정액은 3조1900억원 늘었는데요. 이 기간 해외주식형 ETF 설정액은 1조8744억원 증가에 그쳤습니다.그래프로 보시는 것처럼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국내주식형 ETF에 해외주식형 ETF보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입니다.
일별로 보면 특히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늘어난 규모만 1조2천억원이 넘었습니다.
국내주식형 ETF로 뭉칫돈이 들어온다면 반길만한 소식 같은데,
미장에 쏠렸던 개인투자자들이 국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봐야 하나요?
자세히 뜯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달 들어서 가장 많이 산 국내주식형 ETF를 봤더니 'KODEX200선물인버스2X'였습니다. 무려 설정액이 1조3600억원 늘었는데요.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반대로 2배 추종합니다. 그러니까 코스피가 1% 하락하면 2% 수익을 얻고, 1% 오르면 2% 손실이 발생합니다. 강력한 하락 베팅을 한거죠.
기관, 외국인과 함께 비교해보면 개인만 상승장에도 역방향 투자를 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한달간 기관은 오히려 'KODEX레버리지'를 가장 많이 샀고, 그 다음으로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KODEX200', 'KoAct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외국인은 'KODEX 200'과 'KODEX레버리지'가 상위권을 차지했고요.
수익률도 개인들의 손실이 큰데요. 지난 한달간 수익률로 보면,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14.5%, KODEX레버리지는 16.5%를 나타냈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한계를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지수를 고점으로 보고 단타성 투자에 나선 것이란 분석인데요.
현재로서는 손실이 누적되는 모습입니다. 외국인이 이끄는 상승장 속, 국내 투자자들이 코스피 상승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신 개인들이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그리고 AI테크 관련 ETF를 대거 순매수하며 미국 증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개월간 수익률은 5~13%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개인은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것인데,
증권가에서는 강세장을 위한 가장 큰 요인으로 무얼 주목하고 있습니까 ?
증권사들은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을 3000이 아닌 3200까지 올려 잡고 있는데요.
가장 결정적인 강세장의 트리거로 금리 인하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본격적으로 해소되면서 외국인들이 순매수세를 더 이어갈 것이란 수급적 환경을 좋게 보고 있는 것이죠.
또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들, 그 중에서도 AI 반도체 훈풍이 더 확산되고, 밸류업 관련주로 꼽히는 금융주와 자동차 등도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조연기자 ych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