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반도체…억눌렸던 네카오·배터리 '기지개'

국내 증시 '키 맞추기' 장세

삼성전자 올 들어 최대폭 하락
하이닉스도 뚝…주도주 차익실현
美 9월 금리인하 전망 힘 실리자
인터넷·바이오·건설 등 소외주↑
"장기적으론 반도체 주도 지속"
카카오 판교 사옥 /사진=한경DB
최근 국내 증시 강세를 주도하던 반도체주가 힘을 잃고 12일 급락했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며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이들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뛰었는데, 연내 인하가 사실상 확실시되자 차익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소외돼온 바이오, 2차전지주 등은 일제히 뛰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동안 크게 오른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차익 실현 매물이 소화되면 기존 주도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힘 잃은 반도체주

12일 코스피지수는 1.19% 내린 2857.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 5월 30일 이후 43일 만이다.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이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3.65% 하락한 8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3.32% 떨어졌다. 이날 두 종목의 시가총액 24조9273억원이 증발했다.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463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를 3113억원, SK하이닉스는 1885억원어치 내던졌다.

미국의 6월 CPI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6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하며 증권가 추정치(3.1%)를 밑돌았다. CPI 발표 이후 나스닥지수는 1.95% 급락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금리 인하기에 유리한 바이오·건설·2차전지 업종 등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GS건설(3.82%) 대우건설(2.44%)이, 코스닥시장에선 에코프로비엠(3.54%) 알테오젠(1.11%) 등이 상승세를 기록했다.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전날 빅테크 주가가 일제히 무너지면서 주도주 추세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불안이 국내 증시에도 작용했다”며 “3개월 연속 CPI가 둔화하면서 경기 둔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도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반도체 주도장’ 계속될까

예상치 못한 반도체주 급락에도 전문가들은 아직 반도체주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당분간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말까지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선 연말까지 반도체 업종의 호황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22조2339억원)는 3개월 전(13조6743억원) 대비 62.6% 상향됐다.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오는 25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주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존 주도주 강세 이후 여타 종목의 키 맞추기 현상은 ‘강세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눌려 있던 종목이 일부 오르더라도 통상 기존 주도주가 다시 시장을 이끌어왔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강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들어 KRX제약지수는 11.8%, KRX바이오톱10지수는 6.7% 상승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알테오젠, 한올바이오파마 등 기술 수출에 성공한 기업들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이시은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