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장 "합의 못 끌어내 아쉬워…제도 개편 논의 있길"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표결로 결정된 후 "노·사·공이 모두 만족하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선 내년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최종안인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이 투표에 부쳐졌고,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의 퇴장 속에 23명 중 14명이 손을 든 경영계안 1만30원이 최종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위원에 신규 선출된 후 지난 5월 첫 전원회의에서 위원장에 선출된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중요한 결정사항이 (표결이 아닌) 합의로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심의 종료 후 다시 간담회를 연 이 위원장은 "마지막에 양측 안이 굉장히 좁혀졌음에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던 점"에 재차 아쉬움을 표하면서 "논의가 과열되다 보니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관련해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선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여부 표결 과정에서 투표 자체를 저지하려던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충돌 이후 공익위원 측 운영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최저임금 제도 근간을 흔들고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는 이 위원장은 "지금의 결정 시스템으로는 합리적·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게 제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제도 개편에 대해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다만 위원장을 맡은 이상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도 "주어진 제도에서 해야 할 역할은 당연히 하고, 정부에 앞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해달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논의 막바지에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간격을 좁히기 위한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1만290원을 제시했다.

하한선인 1만원은 올해 최저임금(9천860원) 대비 1.4% 오른 것으로, 근로자 중위임금 60% 수준과 지난해 심의 당시 노동계의 최종 제시안을 근거로 한 것이다. 상한선으로 제시한 1만290원은 올해 대비 4.4% 인상안으로, 올해 경제성장률(2.6%)과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0.8%)을 뺀 수치다.

상한선 근거의 경우 이전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이 활용했으나, 노동계가 비판해온 산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심의 과정에서 노동계 위원들께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최소한 경제 성장률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반영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청이 있었다"며 "그런 논리에 입각해서 제안한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