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축구리그도 아니고"…한동훈·친윤의 숙제 6가지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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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통령과 차별화 수위 중요'문자 읽씹' 논란 이후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라고는 총선 후 잘 보이지 않았던 여당의 존재를 부각한 정도다.
심판론 말고 비전 필요한 시점
친윤 때릴수록 韓 지지율 상승세
진흙탕 싸움에 與 악영향 우려↑
이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2주도 안 남은 가운데,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친한계와 친윤계 격돌은 각각 다른 숙제를 서로에게 남겼다.
韓의 숙제 3가지
① 대통령과 각을 세운 당대표의 최후여권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언급한 차별화의 수위를 두고 경계심이 이어진다. 앞서 그는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 선언을 했다. 민주당과 다른 방식이지만 채상병 특검을 해야한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제1부속실 설치를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바로 나왔다. 지난 총선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장했을 때 한 후보의 숙제는 용산과의 '밀당'이었다. 결국 총선에서 밀당에도 선거에도 패배한 그가 이번에 승리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차별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원래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면서 당대표가 된다면 이건 민주당의 다음 대선에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그러나 친윤계에서 바로 나온 게 '배신자 프레임'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에 맞선 자는 대권에서 이길 수도 없고 정치 생명이 단축된다'는 정설이 있다. 여권에선 대표적인 게 유승민·김무성 전 의원이다. '배신의 정치'와 관련해선 아직 유 전 의원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페이스북에서 설전을 벌일 정도로 후유증이 크다.
이를 인식한 듯 한 후보는 첫 TV토론에서 'OX 팻말 게임'에서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론은 이어진다.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낸 이승환 국민의힘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최근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서 "이재명 대표와 잘 싸우면서 대통령과 싸우지 않을 사람 이 두 가지가 맞아야 한다"면서 "한 후보는 이 대표와 잘 싸울 것 같은데 후자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② 심판 말고 필요한 대안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비전이 안 보인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각종 지지율을 보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의 한 후보 캠프가 견인하는 전당대회다. 하지만 어떠한 비전은 안 그려진다는 평가다. 이번 여당 전당대회는 그냥 당대표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그리는 첫 단추다. 그러나 최근 전원책 변호사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말 하는 말들 보면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 같은 건 전혀 안 보여준다. 한동훈 위원장도 그렇다. 오로지 지금 정책이라고 제대로 나온 것이 나경원 의원이 낸 핵무장론"이라면서 "경제뿐 아니라 안보, 모든 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인 얘기를 해야지, 늘 하는 얘기가 '한동훈은 배신을 했다, 안 했다'와 '윤 대통령과 관계를 어떻게 하겠다'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이조심판론'을 꺼낸 든 한 후보다. 앞서 총선 결과를 두고도 집권 여당으로 제시할 수 있는 미래나 대안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최근 이재명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정국 이슈나 당 운영 방안에 대해 언급을 삼간 반면, '먹사니즘'을 핵심 키워드로 국가 미래 비전으로 채웠다.
한 후보가 이번에 전면에 내세웠어야 하는 차별화에는 보다 구체적인 민생 청사진이 포함됐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는 채상병 특검법 등 정국 현안뿐 아니라, 마치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정당 출심임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경제 민주화'를 꺼내 들었던 것처럼 경제나 국가 비전과 관련된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③ 너무 이른 차별화
정치 평론계에서는 한 후보의 차별화 선언이 너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과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아보인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여론조사에서 적으면 20%대 중반, 많게는 30%대 초반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현재로서 돌파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원팀'을 강조한 원 후보마저 최근 TV토론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느냐'는 팻말 게임에서 'O'를 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다음 대선은 아직 3년이 남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선거는 당대표 이재명이자 대선후보인 이재명에게나 맞서 싸울 사람을 뽑는 선거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대권은 너무 많이 남았다. 3년 내내 용산과 선을 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한번 선타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 후보기 때문에 당대표가 되면 용산과의 갈등 국면이 다음 대선까지 흘러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당원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 후보 입장에서는 공격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방어전 느낌으로 선거를 치르는 인상이 없지 않다"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친윤의 숙제 3가지
① "죽이지 못하는 것은 강하게 할 뿐"친윤계가 한 후보를 맹공하는 이유도 위에서 언급한 배경들 탓이다. 한 마디로 "불안하다"는 것. 문제는 한 후보 측 표현에 따르면 이러한 '공포 마케팅'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후보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보인다. 오히려 '당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그의 지지율은 무당층 지지율보다도 높다. 한 조사에서는 오히려 최근 한 후보의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이 더 올랐다는 결과도 나온다. 조원씨앤아이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월 2주차 한 후보의 지지율은 2주 전 대비 5.4%포인트 오른 68.4%로 집계됐다.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소폭 감소했다.이에 한 후보가 "때릴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 대 1 구도로 한 후보를 향해 파상공세를 하지만, 반대로 한 후보를 제외하면 어떤 말도 진행이 안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여론조사를 수치적으로 보면 한 후보의 우세가 꺾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대중들의 관심을 나타내는 검색량 지표에서도 격차는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10일 한 후보의 검색량은 한 달간 최고치를 기록하며 100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하락세를 타면서 25 아래다. 추세적으로도 한 후보는 상승세고, 나머지 후보들은 한 후보와 4배 격차를 보인다.
이미 한 후보는 이러한 일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2년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그는 민주당과 사사건건 대치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인지도도, 인기도 올라가면서 여당 대권주자 1~2위 반열에 들어섰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그를 대권주자로 키워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 당시 국회 청문회 때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한 후보를 향한 공세를 멈추기도 했다.
② 尹 지지율 박스권에 '역대 최저'
윤 대통령은 팬덤이 없는 편에 속한다.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한 후보 네이버 팬카페 회원 수는 9만명에 가깝다. 윤 대통령 부부 팬카페는 8만 초중반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팬카페(20만명) 규모를 감안하면 둘다 한참 못 미치지만, 윤 대통령 부부 팬카페가 더 낮은 수준이다.윤 대통령은 한국갤럽 기준 역대 대통령 임기 3년차 1분기 지지율이 가장 낮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도 10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응답률 18.5%·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인 2주 전 대비 1%포인트 떨어진 26%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2%포인트 오른 66%로 나타났다. 긍정률은 역대 최저, 부정률은 역대 최고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부정 평가가 거의 2배 가까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전당대회에서 거론되는 상황이 친윤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비호감도가 높은 '메신저'에게 나오는 메시지가 대중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도 상황을 모르지 않는 듯 최근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당이 '차별화' 선언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게 '당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 후보의 인기가 이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선전략실장은 10일 채널A 뉴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는 누가 당권을 잡냐 아니냐의 권력 투쟁이 아니라 당이 살 것이냐 마느냐의 문제"라면서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뺏길 것이냐의 문제다. 당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반성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건데, 그것은 책임소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하고,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용산과 대통령실의 무리한 국정운영 기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통해서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당의 사활적 목표를 가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윤계는 어떤 차별화를 해야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③ 朴탄핵 전과 유사한 지지율 지형인데…얻을 게 없는 '진흙탕' 싸움
한국갤럽의 최근 정당 지지율을 보면 기시감이 든다. 바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전과 지지율 진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갤럽 기준 정당 지지율은 보면 여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각각 30%대로 엇비슷하지만, 조국혁신당 10%, 개혁신당 5% 수준으로 여당 대 범야권 구도가 30% 대 45% 정도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전에도 유사한 구도가 있었다.여기에 지난달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은 현재 140만명에 가까워지고 있는 점도 여론의 분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이에 반대한다는 청원은 5만명에 그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도 탄핵소추 청원이 140만에 달했다"고 반박했지만, 당시 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원치 않는다면서 응원하는 청원은 150만에 달해 탄핵 청원을 앞섰다. 전 정부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다. 또 문 전 대통령의 관련 청원은 임기 말이고, 윤 대통령 청원은 임기 3년 차에 나왔다는 점에서 여론의 무게감이 다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것도 현 정부를 향한 반감을 드러낸다. 물론 현실적으로 현 시점에서 탄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각종 '탄핵 남발'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할 정도다.다만 이러한 정치 지형 가운데 최근 여권 갈등 양상이 정권 재창출은커녕 국민의힘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의문을 보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 정당별 호감 여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호감도는 조국혁신당보다도 낮은 27%로 3위였다. 비호감도는 개혁신당과 비슷한 65%였다. 당시와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추이가 거의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 참패에 영남 정당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중도층에게 더 어필해야 하는데, 이어지는 갈등 양상이 수권정당 탈환을 위해서는 걸림돌이 돼가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비하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동남아시아 축구리그 같은 걸 보면 난타전이 벌어진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만큼 수준 높지 않지만 그것도 보는 맛이 있는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그렇다"고 평가했다.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