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 '6월 4일 이후' 유력…주요 수련병원 "검토중"

'2월 29일자'로 사직 처리될 가능성 낮아
"정부의 '법적 효력 無' 강조에 분위기 달라져"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주요 수련병원들은 '6월4일 이후' 처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병원 등은 현재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를 수리 시점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서울 시내 대형병원들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못했으나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6월 4일 이후에 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서 사직을 원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29일 자'로 적용하기로 합의한 뒤, 현장에서는 병원마다 처한 사정이 달라 일괄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일부 수련병원은 협의회의 합의와는 별개로 사직서 수리 시점에 관한 자체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가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하자 분위기가 다소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2월에 수리하는 건 '사적 합의'일 뿐이지 법적 효력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8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관련 게시물이 게시돼 있다. / 뉴스1
빅5 병원 관계자는 "수련병원협의회가 2월29일자 처리를 합의했으나 정부에서 법적 효력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 않느냐"며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 처리하는 게 맞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2월 29일자로 사직서가 수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병원은 정부가 전공의 사직 처리시한으로 제시한 이달 15일도 수리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이달 15일까지는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을 처리해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했으나, 일단 2월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 6월로 할지, 7월로 할지 여러 가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