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직노조원 4천여명 참여…공무원과의 차별 해소 요구 경기교육청, 파업 대응 지침 시행…"학생 권리 침해 안 돼"
"원래 먹던 학교 밥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맛있어요. "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A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이모 양이 책상에 앉아 반쯤 먹은 도넛을 양손에 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공무원과의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이날 하루 파업에 나섰다. 교육공무직은 교육실무나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로,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다.
초등 돌봄전담사, 급식종사자, 환경미화원, 당직 경비원 등이다.
교육공무직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직 3만7천700여명 가운데 4천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예정된 식단이 아닌 대체식이 제공됐다.
전교생이 560명인 A초등학교도 당초 밥, 된장국, 목살스테이크와 모듬채소구이, 볶음우동, 김치가 제공될 예정이었지만, 학교 급식종사자 6명 모두가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도넛과 머핀, 푸딩, 주스, 바나나로 구성된 대체식이 학생들 앞에 놓였다.
이 학교 급식종사자들은 미리 학교 측에 파업 참여를 통보하고 이날 새벽 들어온 대체식을 개인별, 학급별로 나눠놓은 뒤 파업에 참여했다. 학교 관계자는 "오늘 점심 대체식이 제공된다는 학부모 안내문도 며칠 전에 보냈는데 학부모들로부터 이에 대한 항의나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파업에 나선 학교 급식종사자들은 이날 도 교육청 광교청사 앞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결의대회는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오후 1시께까지 경찰 추산 1천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찰은 180명가량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도 교육청은 교육공무직노조 경기지부와 2022년 6월부터 매주 1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공무직노조 경기지부는 공무원의 유급병가는 60일인데 공무직은 30일인 점, 공무원의 장기재직휴가는 연차에 따라 3∼20일인데 공무직은 없는 점, 공무원의 질병휴가는 3년(2년 동안 임금 50∼70% 보전)인데 공무직은 1년 무급인 점 등을 차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공무원과 공무직은 적용되는 법령이 달라서 복무적용에 일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공무직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려고 하지만 한 번에 다 수용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 교육청은 이런 상황에서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가 파업에 나서자 미리 마련한 파업 대응 지침을 시행했다.
파업 대응 지침에는 단계별, 기관별 대응 방안과 부당노동행위 예방을 위한 노동관계법 준수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급식과 초등돌봄, 유치원 방과 후, 특수교육 등에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고자 급식종사자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참여 규모를 고려해 식단 축소 조정 또는 간편식 제공, 빵·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아울러 파업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0일 "누구도 학생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하고 급식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학교 급식과 돌봄, 특수교육 등이 철도, 수도, 항공, 병원, 혈액과 같은 필수공익사업의 '필수유지업무'가 되도록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이날 파업 참여 인원을 1천500명가량으로 보고 있다. 전체 학교 2천747곳 중 파업으로 급식에 영향을 받은 학교는 110여곳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