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사람들] ④ '국내 유일 DMZ 내 교육시설' 대성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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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폐교 위기 맞았던 학교서 전교생 30명과 색다른 교육 경험
학교 역사성에 자부심…"학생들이 문화체험 다양하게 못 하는 게 안타까워"
[※ 편집자 주 = 비무장지대(DMZ) 남쪽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이 설정된 지 올해로 70년이 됐습니다. 민통선을 넘는 것은 군사적인 목적에서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민통선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 10꼭지를 매주 토요일 송고합니다.
] "우리 학교는 폐교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입학 경쟁률이 5대 1을 넘을 때가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 지난 10일 경기 파주시 장단면 사무소에서 만난 대성동초등학교 최일용(56) 교장은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 교육시설을 이끄는 데 대한 뿌듯함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배어 나왔다.
올해 3월 발령받아 한 학기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이전 근무했던 학교와는 다른 역사성과 교육방식 등을 자랑스러워했다.
최 교장은 대성동초등학교가 1968년 5월 8일 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6·25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대성동마을이 조성됐지만 마을에 학교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린이들을 위한 정식 교육시설이 생긴 거죠."
대성동초등학교가 건립되기 전에 이 마을 어린이들은 주민 자치 교육을 받거나 후방에서 초빙한 강사로부터 교육받은 뒤 금촌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고 한다. 대성동초등학교는 대성동마을의 어린이가 급감하면서 사라질 운명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학교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2006년 공동 학구로 지정되면서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외부의 학생들을 받아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최 교장은 폐교 위기를 넘긴 뒤에는 대성동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민통선 바깥 학생들이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00m 떨어져 있어 남북간 긴장이 조성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의외였다.
현재 이 학교에는 학년당 5명씩 총 30명이 재학 중이다.
"대성동마을에 사는 학생이 10명이고 나머지 20명은 문산 등에 산다"고 최 교장은 소개했다.
후방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서는 학교 버스를 1시간 이상 타야 하고 군이 통제하는 통일대교도 건너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견디면서까지 이 학교에 다니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최 교장은 "일반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교육환경"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과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특히 학교 버스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미술, 피아노, 바이올린, 난타, 바둑, 독도리나(오카리나), 코딩, 농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교생의 연주 실력이 높다"고 자랑했다.
2006년부터는 인근에 주둔하는 미군 장병이 진행한 영어 교육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역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 학교에서는 '1인 1그림책 만들기'라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교생이 월요일과 금요일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까지 넣어 작품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2학기가 끝날 무렵에 개인별 책이 완성된다.
최 교장은 "학교 예산을 들여 아이들이 1년 동안 만든 작품들을 책으로 엮고 출판 기념회도 열어준다"며 "졸업할 때는 자신의 그림책 6권을 가지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직원은 교사와 행정직원을 합쳐 22명이다.
파주시 문산읍이 고향인 최 교장은 교사 경력 32년 차로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올해 3월 정기 인사에서 이 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일반 교사들은 희망한다고 해서 이 학교로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접경지역에 근무하면 승진 평점에 최대 2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전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최 교장은 귀띔했다.
근무도 최대 3년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3년 근무한 뒤에는 다른 학교로 무조건 옮겨야 한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특수 지역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연극이나 클래식, 오페라 등을 즐기기가 어렵죠."
그는 부족한 시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아주 비좁은 문헌정보실을 컴퓨터실, 방과 후 돌봄 교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강당 신축 등이 필요하지만 유엔사에서 허락해주지 않아 예산이 있어도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통학버스 주차 공간에 차광막이라도 설치해 아이들이 좀 더 시원한 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게 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유엔사로부터 거부당했다"며 아쉬워했다.
/연합뉴스
학교 역사성에 자부심…"학생들이 문화체험 다양하게 못 하는 게 안타까워"
[※ 편집자 주 = 비무장지대(DMZ) 남쪽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이 설정된 지 올해로 70년이 됐습니다. 민통선을 넘는 것은 군사적인 목적에서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민통선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 10꼭지를 매주 토요일 송고합니다.
] "우리 학교는 폐교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입학 경쟁률이 5대 1을 넘을 때가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 지난 10일 경기 파주시 장단면 사무소에서 만난 대성동초등학교 최일용(56) 교장은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 교육시설을 이끄는 데 대한 뿌듯함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배어 나왔다.
올해 3월 발령받아 한 학기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이전 근무했던 학교와는 다른 역사성과 교육방식 등을 자랑스러워했다.
최 교장은 대성동초등학교가 1968년 5월 8일 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6·25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대성동마을이 조성됐지만 마을에 학교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린이들을 위한 정식 교육시설이 생긴 거죠."
대성동초등학교가 건립되기 전에 이 마을 어린이들은 주민 자치 교육을 받거나 후방에서 초빙한 강사로부터 교육받은 뒤 금촌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고 한다. 대성동초등학교는 대성동마을의 어린이가 급감하면서 사라질 운명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학교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2006년 공동 학구로 지정되면서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외부의 학생들을 받아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최 교장은 폐교 위기를 넘긴 뒤에는 대성동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민통선 바깥 학생들이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00m 떨어져 있어 남북간 긴장이 조성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의외였다.
현재 이 학교에는 학년당 5명씩 총 30명이 재학 중이다.
"대성동마을에 사는 학생이 10명이고 나머지 20명은 문산 등에 산다"고 최 교장은 소개했다.
후방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서는 학교 버스를 1시간 이상 타야 하고 군이 통제하는 통일대교도 건너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견디면서까지 이 학교에 다니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최 교장은 "일반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교육환경"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과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특히 학교 버스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미술, 피아노, 바이올린, 난타, 바둑, 독도리나(오카리나), 코딩, 농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교생의 연주 실력이 높다"고 자랑했다.
2006년부터는 인근에 주둔하는 미군 장병이 진행한 영어 교육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역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 학교에서는 '1인 1그림책 만들기'라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교생이 월요일과 금요일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까지 넣어 작품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2학기가 끝날 무렵에 개인별 책이 완성된다.
최 교장은 "학교 예산을 들여 아이들이 1년 동안 만든 작품들을 책으로 엮고 출판 기념회도 열어준다"며 "졸업할 때는 자신의 그림책 6권을 가지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직원은 교사와 행정직원을 합쳐 22명이다.
파주시 문산읍이 고향인 최 교장은 교사 경력 32년 차로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올해 3월 정기 인사에서 이 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일반 교사들은 희망한다고 해서 이 학교로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접경지역에 근무하면 승진 평점에 최대 2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전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최 교장은 귀띔했다.
근무도 최대 3년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3년 근무한 뒤에는 다른 학교로 무조건 옮겨야 한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특수 지역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연극이나 클래식, 오페라 등을 즐기기가 어렵죠."
그는 부족한 시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아주 비좁은 문헌정보실을 컴퓨터실, 방과 후 돌봄 교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강당 신축 등이 필요하지만 유엔사에서 허락해주지 않아 예산이 있어도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통학버스 주차 공간에 차광막이라도 설치해 아이들이 좀 더 시원한 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게 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유엔사로부터 거부당했다"며 아쉬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