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중도 우파 국민당(PP)과 이민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은 극우 정당 복스(Vox)가 12일(현지시간) 5개 지역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겠다며 국민당과의 동맹 종료를 선언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 대표는 발렌시아, 아라곤, 무르시아, 에스트레마두라, 카스티야 등 5개 자치 구역의 연립정부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아바스칼 대표는 "이 지역 정부의 부통령들은 사임할 것이며 복스는 야당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는 총 17개의 자치주가 각각의 자치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복스는 그중 5개 지역에서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운영해왔으나 이번에 모두 탈퇴를 선언했다.
국민당과 복스는 최근 미성년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중앙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중도좌파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성년 이민자 400여명을 수용해 스페인 전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워 온 복스는 이에 반대하며 지방 정부들이 여기에 협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도 우파인 국민당은 중앙 정부의 이민 친화 정책에는 반대하면서도 보호자가 없는 어린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방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혀 복스와 갈등을 빚었다.
아바스칼 대표는 이날 연정 탈퇴를 밝히면서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가 복스와의 모든 지역 사안에 대한 협상을 "방해하고 그르쳤다"며 "누구도 복스, 그리고 감히 말하자면 국민당에도 불법 이민과 보호자가 없는 외국 미성년자들의 침공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투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복스 소속 지역 의원 모두가 이러한 결정을 지지한 것은 아니며 일부 당원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당에서 탈퇴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복스의 지역 연정 탈퇴가 "엄청난 실수"라면서 이로 인해 국민당의 지역 정부 운영 기조는 "단 1㎜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사회노동당의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1위인 국민당이 보수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산체스 총리는 복스와 국민당의 분열에 "즐거움과 행복감을 감출 수가 없다"며 크게 반색했다. 산체스 총리는 복스의 지방 연정 탈퇴 발표에 "오늘은 스페인에 기쁜 날"이라며 "극우당이 지방 정부에서 떠남으로써 이득을 얻는 순 수혜자는 대다수의 스페인 국민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