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출신 "박정훈이 오버" "김용현이래"…공수처, 검증 나서
입력
수정
'해병대 단톡방' 인사들, 통화서 채상병 사건 진행상황 수차례 언급
신빙성 불확실·해명 오락가락…공수처 '임성근 폰 포렌식' 등 주목 이른바 '임성근 골프모임 추진 단체 대화방' 참가자들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설'의 실체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만이 아니라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 씨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결과 결재 번복 과정 등을 깊숙이 알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를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당시 대화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당사자들의 해명도 엇갈리고 있어 로비설의 정확한 실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경호처 출신, 대통령실 개입설엔 반응 없이 "박정훈이 오버"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멋쟁해병' 단톡방에 포함돼 있던 변호사 A씨는 최근 공익제보자 신분으로 지난해 8월 9일부터 올해 6월까지 송씨와 통화한 녹음파일들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송씨가 지난해 8월 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가리켜 "그 XX가 오버했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A씨가 '임 전 사단장을 대통령실이 보호하려고 한 것 같다.
박 전 단장이 딱하다'고 한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 통화는 A씨가 이씨로부터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들은 뒤 확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국방부가 돌연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박 전 단장이 실명 입장문을 내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던 초기 단계였다.
그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갓 제기되고, 대통령실은 부인하던 때였다. 이런 시기 통화에서 대통령실 개입 언급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곧바로 박 전 단장의 행동이 문제였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이에 송씨가 의혹 초기에 사건의 내막을 깊숙이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송씨는 통화에서 A씨에게 "규정과 절차도 있지만 상관에게 보고는 해야 하지 않느냐", "이 사건은 군에서 살펴본 뒤 경찰에 넘겨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올해 6월께 통화에서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중심인물을 묻는 A씨에게 속삭이듯 "야 이게 김용현(경호처장)이래. 김용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송씨가 로비 의혹의 실체를 숨기려 김 처장에게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전 사단장 로비에 나선 중심인물이 그와 평소 친분이 있던 송씨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송씨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 온 임 전 사단장과 알게 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 녹취 속 'VIP'는 김여사? 김계환?…오락가락하는 이종호 해명
송씨가 임 전 사단장과 접촉한 정황은 이씨가 지난해 8월 9일 A씨와 한 통화 녹음 파일에서도 등장한다.
이씨가 A씨에게 'VIP'를 언급하기 직전 "○○이(송씨)가 (임 전 사단장에게)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했더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송씨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듣고 안타깝다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를 이씨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며 자신은 VIP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송씨와 서로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며 "8월 2일 이후 송씨로부터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을 들었다.
건강 잘 챙겨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듯한데 일시와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구명 로비 의혹 자체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씨는 논란이 계속되자 "있는 사실을 말씀드렸고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VIP' 발언 당사자인 이씨는 녹음 파일이 공개된 뒤 연일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언급한 VIP에 대해 당초 "송씨가 포워딩한 문자를 그대로 읽은 것뿐"이라고 언론에 말했다가, 후배 앞에서 센 척을 했을 뿐이었다고 말을 바꾼 상태다.
VIP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다가 김건희 여사를 뜻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듯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는 언론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A씨가 공수처에 제출한 다른 통화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이씨의 발언들을 볼 때 그의 발언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이씨는 A씨에게 "인맥 관리 차원에서 모 부장검사를 만나보라"며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발언을 하는데, 해당 부장검사는 이씨가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담당했다.
피의자와 부장검사라는 두 사람의 신분을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검증 나선 공수처…골프장 내역 확인·임성근 휴대전화 포렌식
결국 통화 녹음파일 속 대화가 그저 허풍에 불과했는지, 실제로 이씨나 송씨가 구명 로비와 연관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 증거인지는 공수처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일단 A씨의 진술 내용과 그가 제출한 통화 녹음파일을 비교 분석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A씨로부터 "평소 이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V1, 김건희 여사를 V2'로 불렀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최근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 골프장을 찾아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이 추진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인물 등의 출입 내역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1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보냈다고 한다. 최근 군사법원은 박 전 단장 측 신청을 받아들여 채 상병이 순직한 지난해 7월 19일부터 9월 2일까지 46일간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조회를 허가했는데, 이 기록이 공개되면 공수처의 관련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신빙성 불확실·해명 오락가락…공수처 '임성근 폰 포렌식' 등 주목 이른바 '임성근 골프모임 추진 단체 대화방' 참가자들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설'의 실체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만이 아니라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 씨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결과 결재 번복 과정 등을 깊숙이 알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를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당시 대화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당사자들의 해명도 엇갈리고 있어 로비설의 정확한 실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경호처 출신, 대통령실 개입설엔 반응 없이 "박정훈이 오버"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멋쟁해병' 단톡방에 포함돼 있던 변호사 A씨는 최근 공익제보자 신분으로 지난해 8월 9일부터 올해 6월까지 송씨와 통화한 녹음파일들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송씨가 지난해 8월 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가리켜 "그 XX가 오버했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A씨가 '임 전 사단장을 대통령실이 보호하려고 한 것 같다.
박 전 단장이 딱하다'고 한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 통화는 A씨가 이씨로부터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들은 뒤 확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국방부가 돌연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박 전 단장이 실명 입장문을 내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던 초기 단계였다.
그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갓 제기되고, 대통령실은 부인하던 때였다. 이런 시기 통화에서 대통령실 개입 언급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곧바로 박 전 단장의 행동이 문제였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이에 송씨가 의혹 초기에 사건의 내막을 깊숙이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송씨는 통화에서 A씨에게 "규정과 절차도 있지만 상관에게 보고는 해야 하지 않느냐", "이 사건은 군에서 살펴본 뒤 경찰에 넘겨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올해 6월께 통화에서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중심인물을 묻는 A씨에게 속삭이듯 "야 이게 김용현(경호처장)이래. 김용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송씨가 로비 의혹의 실체를 숨기려 김 처장에게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전 사단장 로비에 나선 중심인물이 그와 평소 친분이 있던 송씨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송씨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 온 임 전 사단장과 알게 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 녹취 속 'VIP'는 김여사? 김계환?…오락가락하는 이종호 해명
송씨가 임 전 사단장과 접촉한 정황은 이씨가 지난해 8월 9일 A씨와 한 통화 녹음 파일에서도 등장한다.
이씨가 A씨에게 'VIP'를 언급하기 직전 "○○이(송씨)가 (임 전 사단장에게)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했더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송씨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듣고 안타깝다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를 이씨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며 자신은 VIP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송씨와 서로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며 "8월 2일 이후 송씨로부터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을 들었다.
건강 잘 챙겨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듯한데 일시와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구명 로비 의혹 자체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씨는 논란이 계속되자 "있는 사실을 말씀드렸고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VIP' 발언 당사자인 이씨는 녹음 파일이 공개된 뒤 연일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언급한 VIP에 대해 당초 "송씨가 포워딩한 문자를 그대로 읽은 것뿐"이라고 언론에 말했다가, 후배 앞에서 센 척을 했을 뿐이었다고 말을 바꾼 상태다.
VIP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다가 김건희 여사를 뜻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듯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는 언론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A씨가 공수처에 제출한 다른 통화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이씨의 발언들을 볼 때 그의 발언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이씨는 A씨에게 "인맥 관리 차원에서 모 부장검사를 만나보라"며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발언을 하는데, 해당 부장검사는 이씨가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담당했다.
피의자와 부장검사라는 두 사람의 신분을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검증 나선 공수처…골프장 내역 확인·임성근 휴대전화 포렌식
결국 통화 녹음파일 속 대화가 그저 허풍에 불과했는지, 실제로 이씨나 송씨가 구명 로비와 연관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 증거인지는 공수처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일단 A씨의 진술 내용과 그가 제출한 통화 녹음파일을 비교 분석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A씨로부터 "평소 이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V1, 김건희 여사를 V2'로 불렀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최근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 골프장을 찾아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이 추진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인물 등의 출입 내역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1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보냈다고 한다. 최근 군사법원은 박 전 단장 측 신청을 받아들여 채 상병이 순직한 지난해 7월 19일부터 9월 2일까지 46일간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조회를 허가했는데, 이 기록이 공개되면 공수처의 관련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