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수온을 극복하는 '해(海)법'

백종철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어업정책보험본부장
경북 울진군 강도다리 양식 어민 A씨는 2021년 6월 말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 1년 치 보험료 325만원을 납부했다. 원래 보험료는 2584만원이지만 A씨는 13%의 보험료만 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를 상당액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A씨는 보험 가입 한 달 만에 사고가 났다. 여름 고(高)수온 피해를 본 것이 인정돼 3억17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해수면 수온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2023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0년간(1982~2023년) 국내 연안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앞 30년간은 0.2~0.4도 정도 상승했으나, 최근 10년 새 0.8~1.8도 올라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올해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1도 내외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수온 여파는 그대로 어민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산소부족, 수온 쇼크, 생리기능 저하, 면역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양식 수산물의 고수온 피해가 약 67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고수온·적조 현상에다 기상이변에 따라 잦아진 태풍 등 어민들이 싸워야 할 자연재해가 수두룩하다.

이런 재해를 넋 놓고 바라봐야만 할까. 그나마 인간이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험’이다. 특히 기후와 환경 이슈에 민감한 어업에서 보험의 역할은 중요하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1호 보장 품목은 넙치였다. 국내 광어회 수요가 많아 양식이 가장 많은 어종이었기 때문이다. 출시 후 보험 대상 품목을 늘려 올해는 전복·굴·다시마 등 28개 품목이 보장된다. 보험 가입 가능 어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정되는 사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태풍·강풍·해일·적조부터 풍랑호우·홍수·고수온도 보험금 지급 사유로 인정받는다. 특히 고수온은 최근 4년 동안 피해 원인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고수온 피해는 28개 어종 모두 피해보상이 가능하게 했다.

수산물을 양식하는 어민과 어업법인은 보험료 상당액을 국고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지원하고, 15~40%를 지자체에 따라 추가 지원한다. 어민들은 총보험료의 10~35% 정도만 부담하는 것이다. 실제로 어업인들은 연간 200만~5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해 시 약 4400만원의 보험금을 보상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어민의 절반 이상은 보험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뜨거워진 바다로 위기에 처한 양식업의 위기를 완화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올여름 더 뜨거워지는 바다에 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