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이후 방위비 늘어난다"…K방산주 들썩

트럼프 재선 가능성↑
방산기업 다시 관심

지정학적 갈등 높아져
수출 200억弗 돌파 전망

"트럼프 당선 땐 동맹에
방위비 증액 요구할 것"
북·러 협력 강화 영향도

LIG넥스원·한화에어로
수출 3~4년간 증가할 듯
사진=뉴스1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방위산업 관련주 투자심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내 방산주 주가가 한 차례 크게 올랐지만 다시 한 번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세계 각국은 방위비를 크게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트롱맨’ 효과…“방산주 다시 간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년간 411% 상승했다. 현대로템은 92%, 한화시스템은 25%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이 자주국방 예산을 크게 늘리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기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방산주는 지난 4월 이후 오름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기술주와 밸류업 관련주의 약진에 밀린 데다 수출이 둔화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수출 호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액은 약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135억달러) 대비 48% 늘어난 수치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2022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 세계 각국의 갈등 수준이 높아졌다”며 “자주국방력 강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상황에서 ‘K방산 신드롬’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치러질 미 대선이 다시 한 번 방산주의 상승 동력이 돼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 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지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바 있다. 나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동맹국의 방위예산을 늘리라고 강요할 것”이라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면서 지정학적 갈등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방위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국내 방산업체엔 호재가 될 수 있다. 위협을 느낀 NATO가 인도·태평양 4국(IP4)인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 적극적인 군사 협력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협력 분야는 무기 제공 등으로 관측되고 있다.

“LIG넥스원·한화에어로 톱픽”

증권가에서는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톱픽’으로 꼽고 있다. LIG넥스원은 여러 건의 대형 수출을 앞두고 있다. 루마니아와 이라크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Ⅱ(천궁-Ⅱ)’를 수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천궁-Ⅱ 등 방공 무기체계를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수출 물량 증가로 이익 증가세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신규 수주 소식을 잇달아 발표했다. 지난 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등 9억2000만달러어치 무기 수출 계약을 했다. 6월엔 한국 방위사업청과 전투기 KF-21에 장착되는 엔진 등의 공급 계약(5562억원)을, 4월엔 폴란드와 다연장포 천무를 수출하는 계약(2조2000억원)을 했다. 이를 반영해 최근 NH투자증권은 이 회사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메리츠증권도 25만원에서 29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9월 진행되는 인적분할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설 지주회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와 존속 사업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쪼개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만 거느리고 방산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방산사업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유럽 방산기업 주가 수준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