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역 신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 전략

점점 심화하는 '자국 이익' 챙기기
연구개발·시장 개척에 더 힘써야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유럽연합(EU)이 지난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던 10%에 더해 회사별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BYD에는 17.4%, 상하이자동차그룹에는 37.6%의 추가 관세를 결정한 것이다. 4개월간 우선 시행하고 EU 27개국의 투표를 거쳐 향후 5년간 본격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가장 반대가 심한 나라는 독일이다. 다른 EU 국가보다 대(對)중국 자동차 수출이 많은 독일은 자국 자동차산업이 보복 피해를 볼까 봐 ‘EU 단일 대오’를 깨고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EU 제품이 제3국을 통해 러시아로 재수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노 러시아’ 조항에 대해서도 독일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 감소를 우려해 반대했다. 결국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제14차 대러시아 제재안이 통과됐다.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비난하면서도 뒤로는 독일 기업이 혹여나 장사를 못할까 봐 EU 제재안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더 나아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제재도 별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배럴당 60달러 위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가 가해지고 있으나 브렌트유가 배럴당 85달러 선에 거래되는 탓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산을 사서 되팔면 엄청난 이익을 본다. 천연가스도 유럽은 공급망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산을 다른 나라 터미널로 구입해 들여오면 독일도 얼마든지 러시아산 가스를 쓸 수 있다. 독일을 포함한 EU는 제 살길을 이미 열어두고 있고 자국 이해관계를 따지기 바쁜 모습이다.

미국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관치금융 국가여서 정부 입김대로 저리 대출을 하고 무차별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최대한 활용한다. 비교 불가능한 과잉 공급을 통해 전 세계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다른 나라 기업을 고사시키고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미 전 세계는 알리와 테무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중국 기업과 출혈경쟁을 하다가는 다 같이 망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배터리산업을 포함한 친환경 경쟁 산업들도 서서히 중국에 잡아먹히는 형국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되든, 도널드 트럼프가 되든 둘 다 보호관세와 무역장벽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에 빼앗긴 제조업 밸류체인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천문학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추구할 것이 뻔하다. 구글도 이미 에너지 요금 증가로 2023년에는 CO2 상쇄배출권 구매를 중단한 상태다.

한국의 경쟁 산업들도 서서히 그 막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은 높아진 국내 에너지 요금, 러시아산 저가 원유와 중국의 무차별 증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태양광 밸류체인은 국산은 고사 상태이고 풍력도 고부가가치 국산 부품은 찾아볼 수 없다. 배터리도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국내 3사가 열심히 하고 있으나 공급망을 중국이 모두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반도체는 이로부터 자유로울 것인가? 국내 산업이 더 이상 고사하지 않고 미래 국가 성장동력으로 국부 창출에 도움이 되기 위한 이기적인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개발(R&D)을 확대해 초격차 산업의 경쟁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