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라고 뽑을 필요 없다"…美기업 인사원칙서 '형평성' 제외

역차별 논란으로 흔들리는 DEI
정치권 역풍 맞은 ESG와 닮은꼴
미국의 최대 인사관리 전문가 조직인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미국 기업의 인사원칙으로 꼽혀 온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서 ‘형평성’ 요소를 삭제하기로 했다.

SHRM은 13일(현지시간) 링크트인 게시물을 통해 “미국 고용주(기업)들이 DEI 인사 원칙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권장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DEI에 포함돼 있던 형평성 원칙을 삭제한 것이다. SHRM은 회원 34만 명을 보유한 미국 내 최대 조직으로 1940년대 미국 인사 실무자들이 모여 세웠다.형평성은 회사가 직원 간 격차를 해소하고 공평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SHRM은 형평성 언어에서 벗어나 모든 직원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정 그룹 근로자가 우대받는 것처럼 보이는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SHRM은 “그간 DEI 프로그램은 여러 곳에서 사회적 반발을 초래했다”며 “이제 포용성을 우선시함으로써 DEI 원칙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평성이 중요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성의 정의에 형평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발도 거세다. 최근 대형 은행과 컨설팅 회사를 중심으로 다양성 채용 노력이 축소되는 와중에 기업 인사 관련 핵심 단체가 퇴행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적극적 우대 정책’에 위헌 판결을 내린 뒤 다양성 옹호론자의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기업의 DEI 원칙에 입각한 채용 노력 역사는 1960년대 민권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20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운동이 확산하자 DEI가 다시 주목받았다. 그러나 “소수자의 권리가 과다 대표되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주춤해지는 형국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