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8분만에 "탕, 탕, 탕"…총알 날아드는 순간 고개 돌려 살았다

침착했던 스트롱맨

'불법 이민' 거론 순간 총성 연발
피 묻은채 퇴장하면서도 "싸우자"
불끈 쥔 주먹 치켜들며 '쇼맨십'
지지자들은 "USA, USA" 연호
병원 이송 후 "피부 찢는 걸 느껴"

바이든 "폭력 용납 못해" 규탄
< 긴박했던 피습 순간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시작한 지 약 8분이 지난 오후 6시11분 무렵 총알이 그를 향해 발사됐다. 그가 불법 이민 문제를 언급하던 중이었다. 연발 총성이 들린 지 약 1분 만에 비밀경호국 경호원들이 그를 일으켜 에워쌌다. 뉴욕타임스 캡처/AFP/로이터연합뉴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차트를) 보시죠.”(탕, 탕, 탕 총성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준비된 차트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얇은 폭죽 소리와 비슷한 총성이 몇 차례 들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갑자기 오른쪽 귀를 거머쥐며 연단 아래로 몸을 숙였다. 관중은 소리를 질렀고, 그사이 한 여성의 비명이 유달리 크게 소란을 뚫고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경호원들 사이에서 주먹을 치켜들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관중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총알, 귀 윗부분 관통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순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머리에 총알을 맞았을 수 있다. 총성이 크지 않고 연이어 들렸기 때문에 지지자들을 향해 정면을 보고 있었다면 총알을 피할 틈도 없이 피격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지자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 밑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보고 그제야 총격이 있는 것을 인지해 다 같이 몸을 숙였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시작한 지 약 8분이 지난 오후 6시11분 무렵 총알이 그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AFP
총격이 있고 나서 경호원들이 연단으로 뛰어 올라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감쌌다. 동시에 사진기자들이 연단 옆으로 몰려들어 사진을 찍었고, 관객들 가운데서도 몇몇은 고개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당시 영상을 담았다.

경호 요원들 사이에서 “움직여, 움직여” “준비됐어”라는 소리가 들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축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호 요원들에게 몸을 기댄 채 일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발 좀 챙기자(Let me get my shoes)”고 경호 요원들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단상 아래로 몸을 피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얼굴에 피가 흘러내렸다. 사진=AFP

트럼프, 본능적인 쇼맨십 발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서도 본능적인 쇼맨십을 보였다. 경호 요원들은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촉했지만 그는 불끈 쥔 주먹을 공중으로 수차례 치켜들면서 “싸워라(Fight), 싸워라, 싸워라”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한 모습을 보고 “유 에스 에이(USA), 유 에스 에이”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지지자들과의 본능적 연결, 현대 미디어 시대에 대한 숙달을 이보다 완벽하게 보여주는 순간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NYT는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이를 ‘본능’이라고 평가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웅잉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며 “피를 많이 흘렸으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유세장에서 사망한 사람과 심하게 다친 사람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하고 싶다”며 “총격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한 경호국 및 법 집행 당국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주말을 보내기 위해 머물던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하기로 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