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태평양 사령관…"韓 핵잠 도입 추진 가능"

美 최고위급 장성 중 첫 언급
지난달 美 국방은 부정적 의견
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사진)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작전 분석 결과 믿음이 생긴다면 추진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포함해 인·태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최고위급 장성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파파로 사령관은 지난 12일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이뤄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잠수함 전투 수행과 관련해 동맹국이자 안보 협력 파트너국으로서 한·미 양국이 전력을 통합하고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계속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한국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은 2021년 북한이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밝히며 불붙었다. 특히 지난해 9월 북한이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하자 재차 제기됐다.

지난달 초만 해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금은 미국이 수용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히는 등 미국에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부정적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이달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인·태사령부 방문 이후 미군 고위 관계자가 핵추진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밝히자 미국 측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파파로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의견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파파로 사령관은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대해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에게 우려를 주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과 동등한 파트너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고위급 전략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북한의 핵 이슈에 대한 전략적 방안을 찾기 위해 비밀리에 관련 논의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미국은 현재 한반도의 전력(주한미군)을 재배치할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파파로 사령관은 “윤 대통령께서 하와이를 경유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인·태사령부로서는 매우 큰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인·태 사령부는 지구 표면의 52%에 해당하는 인·태 지역을 관할하는 곳으로 미국 6개 전투 사령부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책임지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