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종부세 완화론'에 친문 반발…이면엔 野헤게모니 경쟁

李, 김두관·조국 비판에 "합리적 결론 내야"…'친명vs친문' 확전되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거야(巨野) 연합 전선'이 15일 각 당의 차기 리더십 선출과 맞물려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종합부동산세 완화론'을 띄운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 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부세뿐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세에서도 기존의 민주당 노선과는 다른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른바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한다는 뜻의 조어)을 기치로 내건 이 전 대표는 중도·중산층 표심에 호소력이 큰 세금 이슈까지 들고나오면서 차기 당권을 넘어 사실상 대권 재도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문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들을 조정해 가는 게 정치"라며 "국민들 뜻을 존중해 합리적 결론을 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종부세 완화론은 당내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민주당과 연합 전선을 형성한 군소 야당의 반발도 불러왔다.

민주당 당권주자인 김두관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부세 등 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지켜온 나름의 원칙이 있다"며 "중도층 외연 확장 차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2022년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공제액을 12억원으로 올리고, 공시가격도 현실화해 부담을 지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다"며 "그럼에도 또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앤다면 지역은 완전히 망한다"고 사실상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진보당은 "이 전 대표가 진정으로 먹사니즘을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생각한다면 부자 감세가 아니라 소득재분배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정책 이슈를 둘러싸고 야권에서 이견이 분출한 이면에는 진영 내 헤게모니 경쟁, 나아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주도권 포석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이재명 2기 체제'로 기울면서 친명(친이재명)계가 야권의 주류로 자리 잡는 가운데,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등 야권의 전통적 주류 세력이 이에 맞서는 형국이 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의 적통'을 자처하는 김두관 후보는 봉하마을(노 전 대통령)과 평산마을(문 전 대통령)에 이어 이날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김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대로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와 '찐명' 최고위원으로 구성되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쭉 이어온 민주당을 사랑하고 아끼는 당원들이 많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주요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고, 민주당 탈당파가 주축이 된 새로운미래 역시 문재인 청와대 초대 정무수석 출신인 전병헌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전 대표는 전날 수락 연설에서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은 민주당 정통성과 DNA를 박멸한 것도 모자라 푸틴 방식을 모방해 나치 시대, 히틀러 총통 시대를 흉내 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