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친푸틴' 헝가리 총리 주최 외교행사 보이콧 계획

"EU 외교 수장, 같은날 회원국 외무장관 공식 회의 소집 예정"
유럽연합(EU) 외무 장관들이 EU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헝가리가 자국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보이콧할 예정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헝가리는 내달 28∼29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외무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는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EU의 외교 정책 의제 설정을 시도하고 페테르 씨야르토 외무장관이 주목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오르반 총리가 주최하는 외무 정상회의와 같은 날 EU 공식 외무 장관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복수의 EU 소식통이 전했다. 이 같은 계획은 프랑스, 독일 등 일부 회원국과 비공식적으로 이미 논의됐으며 보렐 고위대표는 오는 17일 관련 계획을 회원국에 내놓을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만약 보렐 고위대표가 주최하는 공식 외무 장관 회의가 같은 날 있다면 장관들은 부다페스트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다른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부다페스트 회의를 보이콧함으로써 헝가리가 EU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길 원한다고 전했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러시아와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EU의 대(對)러 제재를 비판하는 등 EU와 충돌해왔다.

또 오르반 총리는 자국이 EU 순회의장국이 된 직후 '평화 임무'를 자임하며 지난 5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EU에서는 오르반 총리가 EU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칙적으로 순회의장국은 EU 입법 과정에서 중재 역할이 주된 임무로, 대외적으로는 EU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장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상 개별 국가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EU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오르반 총리가 자국 외교정책의 정당성과 국제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부각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의장국 명함'을 활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