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백일해 환자 7000명 육박…소아청소년이 92% 차지

사진=뉴스1
'100일 동안 기침을 하는 질환'이란 뜻을 담은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환자가 7000명에 육박하면서 보건당국은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백신 접종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기준 올해 백일해 환자가 6986명으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질병청은 지난 12일 발생 현황을 점검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백일해는 올해 4월 중순부터 환자 발생이 크게 늘었다. 올해 환자는 이미 2018~2023년 연간 확진자 수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올해 이전에 가장 유행이 컸던 2018년에도 백일해 환자는 980명 정도였다.
백일해
올해 확진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13~19세가 59.1%(4126명)로 가장 많았다. 7~12세 32.9%(2296명)로 비교적 많았다. 이들 연령대의 소아 청소년 환자가 전체의 91.9%(6422명)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1594명, 22.8%), 경남(1455명, 20.8%) 인천(946명, 13.5%), 서울(678명, 9.7%)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올해는 백일해균과 다른 종의 비슷한균으로 분류되는 파라백일해균, 홈자이균 등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민간검사기관에서 지난달 5~25일 백일해 양성 검체를 수집해 234건을 추가 분석했더니 백일해균이 68%(159건), 홈자이균이 24.7%(60건), 기타 보르데텔라속균이 6.4%(15건)로 집계됐다.올해 백일해 신고 환자 2173명을 역학조사했더니 환자 대부분은 기침 증상(99.4%)을 호소했다. 발작성 기침(21.5%)과 웁소리(whooping, 16.7%)는 일부에게서 확인됐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16.1세, 증상 발생일부터 진단까지는 평균 3.8일이 소요됐다. 환자 21.6%는 입원 치료를 받았다.

백일해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7월6일 기준 7847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425명) 대비 3.2배 늘었다. 영국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5월 말까지 7599명의 환자가 보고 돼 지난해 동 기간(2591명) 대비 2.9배 증가했다. 영국에선 1세 미만 환자 522명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유럽연합 전역에선 올해 3만2037건의 백일해 사례가 보고돼 지난해 연간 누적 발생(2만5130건)을 초과했다. 유럽연합 소속 30개국 중 17개국에서 11명의 영아가 백일해로 숨졌다. 영국의 보건안보청(UKHSA)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1세 미만 영아들은 기초접종 3회 주사를 적기에 접종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전문가들은 국내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1세 미만 고위험군 발생이 매우 적은 데다 예방접종이 높아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1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거나 확진자를 접촉한 뒤 증상이 나타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속하게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중증 합병증 등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1세 미만 영아는 2·4·6개월에 백신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3기 임신부, 면역저하자와 중등증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 영아 돌봄종사자, 65세 이상 성인도 백신(Tdap)을 접종하는 게 좋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민간의료기관 백일해 양성검체에 대한 전수 공공(보건환경연구원) 분석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국내 면역도 분석 등을 추진하겠다"며 "학부모와 선생님은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기침 예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지 청장은 "국가접종에서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율이 낮은 11~12세(6차 접종 대상자)도 적기에 접종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