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에 올인…구글, 32조 M&A 나선다

230억 달러에 위즈 인수 추진
성사되면 구글 역사상 최대 딜

취약한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
클라우드 '만년 3위' 탈출 포석
한국 시장 공략도 빨라질 듯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사이버 보안 업체 위즈 인수에 나선다. 인수 금액은 230억달러(약 31조6700억원)로, 성사되면 구글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만년 3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글 M&A 사상 최대 규모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이 위즈를 23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사전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 결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거래 성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위즈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대규모 데이터에서 보안 위험을 탐지해 제거하는 보안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2020년 설립된 위즈는 지난 5월 120억달러(약 16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구글은 M&A에 보수적인 기업이다.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6년 SNS 링크트인을 262억달러에, 2022년 글로벌 게임업체 블리자드액티비전을 687억달러에 인수했다. 반면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모빌리티(125억달러)를 빼면 100억달러 이상을 M&A에 쓴 적이 없다.

위즈와의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인수 완료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어겼다며 2020년 10월 구글을 제소했다.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M&A를 추진하면 반독점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알파벳은 올 4월 온라인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 허브스폿 인수 계획을 세웠다가 반독점법 위반 우려로 철회했다.

‘만년 3위’ 탈출할 수 있을까

구글이 위즈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 회사의 ‘아픈 손가락’인 클라우드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21년 3961억달러에서 올해 6788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널리 활용되며 AI의 토대가 되는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시장 점유율이다. 구글은 검색 부문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1위 아마존웹서비스(32%), 2위 MS(23%)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구글은 사이버 보안 기술이 시장 구도를 뒤바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업을 고를 때 보안 역량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미국에선 통신업체 AT&T의 데이터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는 사건이 터졌다. 이번 공격으로 가입자 1억9000만 명의 통신 기록 6개월치가 유출됐다.업계에서는 구글의 행보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 MS,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빅3’는 국내 공공 시장을 공략 중이다. 국가정보원이 암호모듈 검증 제도 완화를 선언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을 가로막던 ‘규제 방파제’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이 ‘쩐의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며 “시장을 선도하는 빅테크 업체들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한경제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