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포츠와 AI, 그리고 미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완전히 변했다. 정보 검색이나 일 처리, 결제, 사람과의 교류까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면 손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 세대까지 운동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소아비만이나 학교에서의 체육활동 기피 등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그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 또한 생활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AI)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났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사람들은 갈수록 편리한 삶을 추구하고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결과를 낼 수 있는 삶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욕망으로 AI가 인류의 삶에 깊이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졌다.2023년 10월 인도에서 열린 제140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스포츠계에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 바로 e스포츠와 AI다. 총회 이후 IOC는 스포츠에 AI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워킹그룹을 구성해 활발하게 논의를 이어왔다. 그 결과 올해 4월 IOC는 스포츠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집인 ‘IOC AI 아젠다’를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35개 이상의 언어로 구축된 온라인 학대 방지 소셜미디어(SNS) 모니터링 시스템, AI 카메라 정밀 추적 시스템, AI 판정 시스템 등 AI가 접목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포츠산업계의 미래로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다.

AI를 통해 코칭, 심판, 부상 예방, 영양학 등에서 정확한 판단과 도움이 기대된다. 특히 심판 판정이 모호한 부분에서 분명히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토론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AI 기술이 절대 대체하지 못할 분야가 딱 하나 있다면 바로 스포츠라는 것이다. 선수들이 다년간 노력으로 이뤄낸 스포츠 경기의 퍼포먼스는 아무리 정확하고 발전된 AI라도 절대 개입할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 예측은 할지언정 경기를 대신할 수는 없으며, 그 순간순간 선수들의 수 싸움과 짧은 찰나에 일어나는 예측 불가한 드라마틱한 순간들은 절대 AI가 도맡아 할 수 없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AI는 각본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스포츠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와 스포츠가 공존할 수는 있어도 그 본질적인 가치는 변함없이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스포츠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