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모든 암 유발 단백질 제거한다"

최재현 대표 내정자 인터뷰

바이오텍 이피디와 합병 통해
차세대 항암 기술 '바이오프로탁' 도입
내년 국내 임상 계획 신청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이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 개발에 본격 뛰어든다. 성과가 지지부진한 DNA 백신 개발에서 탈피해 항암 벤처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항암 벤처 변신 선언

제넥신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각자대표로 내정된 최재현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15일 “TPD 중에서도 ‘바이오프로탁’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제넥신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프로탁’으로 대표되는 TPD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암세포를 분해해 암을 없앤다. 최 대표는 이 분야의 세계 선두주자인 미국 신약벤처 아비나스의 연구원 출신으로 2021년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를 창업했다. 제넥신은 지난 8일 이피디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이피디에서 개발 중이던 바이프로탁 후보물질의 개발은 제넥신이 ‘바통’을 넘겨받는다.

1999년 설립된 제넥신은 토종 1세대 바이오 기업이다. 설립 후 DNA 백신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 백신과 코로나 백신 등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시장이 보는 제넥신에 대한 평가는 싸늘했다. 후보물질 중 신약 개발 완주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자궁경부암 항암 백신(GX-188E)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가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먼저 승인받으면서 빛이 바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실패했다.

양사에 ‘윈윈’ 된 합병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제넥신과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모두에 ‘윈윈’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넥신에는 새로운 기술과 인력이 수혈됐다는 평가다. 이번 합병으로 바이프로탁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박사 9명, 석사 4명이 이피디에서 제넥신으로 옮겼다.

이피디도 신약벤처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시달리던 자금난에서 해방됐다. 최 대표는 “제넥신은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서도 기존 후보물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며 “차세대 프로탁 기술을 보유한 이피디가 적합하다고 보고 먼저 합병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프로탁 기술은 암을 만드는 단백질만 족집게처럼 골라서 제거하기 때문에 ‘단백질 표적 분해제(TPD)’라고도 불린다. 이전 기술로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더욱 근본적인 암의 원인 물질을 제거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프로탁 기술 확보

제넥신에 합병되는 이피디는 프로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차세대 프로탁으로 불리는 ‘바이오프로탁’을 개발하는 회사다. 최 대표는 바이오프로탁에 대해 “암을 일으키는 모든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 안에 있는 약 2만 개 단백질 중 기존 프로탁 기술로 제거할 수 있는 단백질은 6.85%에 불과하다”며 “차세대 기술인 바이오프로탁은 나머지 93.15%를 포함해 모든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SOX2’라는 발암 관련 인자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 ‘EPD-301’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이피디에서 개발하는 바이프로탁과 제넥신이 보유한 기존 후보물질과의 상승 효과(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