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메이드 인 인디아'와 韓 기업

부상하는 인도는 '다양성의 천국'
철저한 조사·장기 맞춤 전략 필수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4월부터 6주간 진행된 인도 총선이 6월 초에 끝났다. 당초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외려 BJP 득표율은 지난 선거 때보다 낮았다. 모디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 총리와 더불어 세 번 연임에 성공했으나 소속 정당이 압승하지 못해 국내 정치 운영에서 다른 정당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는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모디 총리는 첫 임기 때부터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책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제조업 발전 이니셔티브다.

인도는 202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2613달러에 불과하나 중산층 증가 속도가 빠르다. 산업구조에서 3차 산업인 서비스 부문이 60% 넘게 차지하고 제조업 비중은 20% 남짓이다. 제조업 발전을 추진해 중간재, 자본재 등의 수입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계류를 수입한다. 중산층 증가세와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 실행,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다국적 기업도 인도 소비자에게 특화해 로컬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인도의 특징은 무엇보다 다양성이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에 힌두교의 나라로 알려졌다. 힌두교도가 절대다수지만 이슬람이나 기독교 등 다른 종교인도 많다. 공식 언어는 힌디어지만 정작 힌디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전 인구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인도에선 190여 개 언어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장소에는 영어를 병기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전 인구의 20% 남짓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따라 브랜딩과 약관의 현지어 번역이 수고스럽다. 또 유네스코 기준 ‘문맹이 있는 국가’이므로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SNS가 인기 있지만 또 다른 인구 대국인 중국과 비교해 도시화율이 매우 낮아 디지털 경제가 전국적이라기보다는 주로 도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모디 총리가 상품서비스세(GST)를 통일해 주마다 달랐던 복잡한 세제가 많이 간소화됐으나 물류 인프라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 정부는 신공항,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부족한 전기 공급 역시 변수다.이런 다양성 때문에 인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업 역시 제품마다 타깃 소비자를 파악해 표준화가 아닌, 맞춤형 마케팅을 해야 한다. 따라서 진입 초기에는 고비용 구조가 불가피하다.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는 인도를 겨냥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했는데, 첫 출시부터 5년간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 현재 이 제품은 인스턴트 국수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고용이 증가하고 타깃 소비자가 바쁜 생활에 인스턴트 라면을 먹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끈 것이다.

인도는 10년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센서스 조사를 하는데, 여기에는 인도의 현재에 관한 매우 중요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원래는 2021년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가구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그 후 공무원이 가가호호 방문해 기록하는 인도 센서스 조사의 특성상 코로나19로 해당 연도에 센서스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올봄까지 센서스를 완료했으나 총선 후로 결과 발표가 늦춰졌다. 지난 10년에 비해 현재 인도가 어떤 면에서 달라졌는지 곧 이 결과를 받아보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