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5년…오남용 막을 제도 정비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근로기준법의 제76조가 시행된 지 오늘로 5년째를 맞았다.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지난 5월 말까지 4만 건에 육박한다. 이 중 신고 취하가 1만1998건, 법 위반이 아니거나 법 적용 제외 사례에 해당하는 기타가 2만1519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고 대비 기소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신고 건수는 매년 급증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관련 소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업주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우리 기업 내 고질적인 ‘갑질’ 행태를 개선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순기능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다는 게 기업 현장의 목소리다. 당장 명확하지 않은 법 조항을 악용한 신고 남발 등 오남용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진짜 ‘오피스 빌런’(사무실의 악당)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허위 신고자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팀장이 인사를 잘 안 받아준다고, 상사가 다른 직원을 편애한다고 신고하는 황당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비위를 덮거나 부서장 교체 등을 노린 ‘거짓 신고’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괴롭힘 인정을 받으면 실업급여 수령이나 산업재해 인정에 유리하다고 퇴사한 직원이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판례가 쌓이면서 시행 초기 혼란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신고와 소송이 급증하는 마당에 법 제도의 정비를 미룰 일은 아니다. 괴롭힘 요건에 지속·반복성을 반영할 필요도 있다. 괴롭힘의 범주가 지나치게 넓거나 근로감독관의 주관적인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법의 악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낳고 기업 현장을 더 경직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