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쾌속 순항'…벌써 목표 120% 채웠다

초대형 컨선 12척 추가 수주
누적 162억弗…4년째 초과 달성

STX重과의 결합도 승인받아
엔진역량 확충…방산사업 확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왼쪽 세 번째) 일행이 15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찾아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네 번째)과 함께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둘러봤다. HD현대 제공
HD한국조선해양이 3조70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했다. 이로써 올해 수주 목표(135억달러)의 120.5%인 162억7000만달러어치의 일감을 따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프랑스 CMA-CGM으로 추정되는 유럽 선사와 1만5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15일 발표했다. 금액은 총 3조6832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선사와 이후 6척을 더 건조하는 수주 건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엔진이 장착된 이들 선박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6척씩 건조해 2028년 6월까지 납품한다.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컨테이너 신조선가는 지난해 7월 1억9000만달러(1만5000TEU급 기준)였지만, 최근엔 평균 2억2000만달러로 올랐다. 이번 계약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누적 162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의 120.5%를 달성했다. 이 회사가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은 2021년부터 4년째다.

최근 HD현대그룹은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지난해 7월 HD한국조선해양이 지분 35%를 81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지 1년 만이다. HD현대그룹은 대형 및 중형엔진을 제조하는 HD현대중공업에 중소형 엔진을 생산하는 STX중공업을 더함으로써 종합 엔진 제조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다만 공정위는 3년간 선박용 엔진 부품(크랭크샤프트)의 공급 거절 금지, 최소 물량 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 금지 등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엔진이 STX중공업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로부터 크랭크샤프트를 20%가량 공급받고 있는데, HD한국조선해양이 인수하며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엔진 제조 역량의 확충은 HD현대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방산 분야 확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미 해군은 제7함대 함정 중 수상함의 MRO 입찰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놀란 바크하우스 주부산미국영사 등이 이날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는 “오랜 우방이자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K방산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이슬기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