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후폭풍…'축구협회 독단'이냐 '절차 따른 선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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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독 선임 위한 5개월 간의 쇼' 비판 목소리 커져
협회 "전력강화위원들의 후보 추천에 따라 위원장이 선임"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전 K리그1 울산 HD 감독을 선택하고 난 뒤 '선임 과정의 정당성'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협회가 5개월여 동안 100여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는 척했지만,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미리 짜인 각본'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뜨겁다.
여기에 홍 감독은 축구협회가 대표팀 사령탑 내정 사실을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인 5일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 감독에 대해 아직 생각한 바 없고 들은 것도 없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특별히 만날 이유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결국 홍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하면서 축구 팬들은 홍 감독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축구협회에 대해선 시즌 중 K리그1 감독을 빼갔다며 직격했다.
여기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의 선임 직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라고 폭로하면서 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한 팬들의 반감은 더욱 거세졌다.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을 위해 지난 5개월을 낭비했고, 협회 내부에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앉히기 위한 움직임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커졌다.
물론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결정이 독단적으로 내려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력강화위원들의 추천에 따라 후보군이 추려졌고, 축구협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사령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 5개월의 고민·100여명의 후보, 결론은 홍명보…'축구협회의 독단'인가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이후 차기 사령탑 추대를 위해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정해성 전 대회위원장을 선임했다.
정 위원장은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으로 뽑았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위원들이 1∼3위 후보군을 추천하면 위원장이 감독을 최종 결정하기로 하고 사령탑 후보 추리기에 나섰다.
전력강화위는 지난 2월 후보 추천에 들어갔고, 이들이 초기에 추천한 사령탑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몸값이 100억원이 넘는 사령탑까지 포함됐다고 알리기도 했다.
초기 추천 단계를 거친 뒤 전력강화위원회는 1순위 후보로 제시 마쉬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홍 감독도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마쉬 감독과의 협상은 축구협회가 선제 조건으로 내건 '국내 거주·K리그 관전'에서 막혔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마쉬 감독과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입장차가 적었지만, 국내 거주자 등록 부분에서 의견을 맞추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팬들은 대표팀 사령탑은 한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고, 축구협회 역시 이를 반영시키려고 했지만, 캐나다 대표팀 사령탑 제의까지 한꺼번에 받은 마쉬 감독은 결국 한국 대신 캐나다로 떠났다. ◇ 늦어진 선임 과정…특정 사령탑을 향한 '회장 입김' 있었나
대표팀 선임에 난항을 겪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는 2차 후보 추천에 나섰고, 이를 통해 최종 후보군으로 홍명보 감독(7표), 다비드 바그너 감독(7표), 구스타보 포예트 감독(6표)으로 압축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포예트 감독, 바그너 감독과 화상 면접을 마친 뒤 정몽규 협회장에게 최종 후보군에 대해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외국인 사령탑과 대면 면접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정 위원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령탑 선임은 또 한 번 미궁에 빠지게 됐다.
전 위원장과 함께 일부 전력강화위원들도 사표를 냈다.
애초 홍 감독이 유력한 1순위 후보로 추천됐지만 정 회장이 외국인 사령탑과 대면 면접을 권유하면서 정 위원장이 '국내 감독 불가'로 받아들이고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났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결국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 위원장의 업무를 이어받았고, 이 기술총괄이사는 바그너 감독과 포예트 감독을 유럽에서 직접 만나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홍명보 감독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이 기술총괄이사는 박주호를 포함한 남은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최종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사령탑으로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동의를 받았다.
이 기술총괄이사는 한국 축구의 게임 모델,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연계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설득한 결과, 6일 오전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고, 7일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발표를 앞두고 이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령탑 발표 일정을 알렸지만, 누구를 선택했는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정해성 위원장 때부터 회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비밀 유지가 되지 않았다.
이 기술총괄이사 역시 이를 심각하게 여겨 전력강화위원들에게 홍 감독 결정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사령탑 선임의 후폭풍…'축구협회가 쌓은 불신'이 씨앗
홍 감독의 선임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K리그 팀의 현역 감독을 뽑아갔다는 비난과 함께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실패를 경험한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다만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을 염두에 뒀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감독 결정 과정에서 오히려 외국인 사령탑에 무게를 둔 정황도 엿보인 만큼 '짜고 친 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이 절차상에 큰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가 그동안 얼마나 팬들의 신뢰를 잃어왔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연합뉴스
협회 "전력강화위원들의 후보 추천에 따라 위원장이 선임"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전 K리그1 울산 HD 감독을 선택하고 난 뒤 '선임 과정의 정당성'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협회가 5개월여 동안 100여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는 척했지만,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미리 짜인 각본'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뜨겁다.
여기에 홍 감독은 축구협회가 대표팀 사령탑 내정 사실을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인 5일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 감독에 대해 아직 생각한 바 없고 들은 것도 없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특별히 만날 이유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결국 홍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하면서 축구 팬들은 홍 감독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축구협회에 대해선 시즌 중 K리그1 감독을 빼갔다며 직격했다.
여기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의 선임 직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라고 폭로하면서 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한 팬들의 반감은 더욱 거세졌다.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을 위해 지난 5개월을 낭비했고, 협회 내부에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앉히기 위한 움직임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커졌다.
물론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결정이 독단적으로 내려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력강화위원들의 추천에 따라 후보군이 추려졌고, 축구협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사령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 5개월의 고민·100여명의 후보, 결론은 홍명보…'축구협회의 독단'인가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이후 차기 사령탑 추대를 위해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정해성 전 대회위원장을 선임했다.
정 위원장은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으로 뽑았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위원들이 1∼3위 후보군을 추천하면 위원장이 감독을 최종 결정하기로 하고 사령탑 후보 추리기에 나섰다.
전력강화위는 지난 2월 후보 추천에 들어갔고, 이들이 초기에 추천한 사령탑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몸값이 100억원이 넘는 사령탑까지 포함됐다고 알리기도 했다.
초기 추천 단계를 거친 뒤 전력강화위원회는 1순위 후보로 제시 마쉬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홍 감독도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마쉬 감독과의 협상은 축구협회가 선제 조건으로 내건 '국내 거주·K리그 관전'에서 막혔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마쉬 감독과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입장차가 적었지만, 국내 거주자 등록 부분에서 의견을 맞추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팬들은 대표팀 사령탑은 한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고, 축구협회 역시 이를 반영시키려고 했지만, 캐나다 대표팀 사령탑 제의까지 한꺼번에 받은 마쉬 감독은 결국 한국 대신 캐나다로 떠났다. ◇ 늦어진 선임 과정…특정 사령탑을 향한 '회장 입김' 있었나
대표팀 선임에 난항을 겪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는 2차 후보 추천에 나섰고, 이를 통해 최종 후보군으로 홍명보 감독(7표), 다비드 바그너 감독(7표), 구스타보 포예트 감독(6표)으로 압축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포예트 감독, 바그너 감독과 화상 면접을 마친 뒤 정몽규 협회장에게 최종 후보군에 대해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외국인 사령탑과 대면 면접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정 위원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령탑 선임은 또 한 번 미궁에 빠지게 됐다.
전 위원장과 함께 일부 전력강화위원들도 사표를 냈다.
애초 홍 감독이 유력한 1순위 후보로 추천됐지만 정 회장이 외국인 사령탑과 대면 면접을 권유하면서 정 위원장이 '국내 감독 불가'로 받아들이고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났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결국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 위원장의 업무를 이어받았고, 이 기술총괄이사는 바그너 감독과 포예트 감독을 유럽에서 직접 만나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홍명보 감독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이 기술총괄이사는 박주호를 포함한 남은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최종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사령탑으로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동의를 받았다.
이 기술총괄이사는 한국 축구의 게임 모델,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연계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설득한 결과, 6일 오전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고, 7일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발표를 앞두고 이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령탑 발표 일정을 알렸지만, 누구를 선택했는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정해성 위원장 때부터 회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비밀 유지가 되지 않았다.
이 기술총괄이사 역시 이를 심각하게 여겨 전력강화위원들에게 홍 감독 결정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사령탑 선임의 후폭풍…'축구협회가 쌓은 불신'이 씨앗
홍 감독의 선임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K리그 팀의 현역 감독을 뽑아갔다는 비난과 함께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실패를 경험한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다만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을 염두에 뒀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감독 결정 과정에서 오히려 외국인 사령탑에 무게를 둔 정황도 엿보인 만큼 '짜고 친 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이 절차상에 큰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가 그동안 얼마나 팬들의 신뢰를 잃어왔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