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국립대병원 교수들 "의사도 환자도 부족…증원은 대책 아냐"

"지역 필수의료 국가가 양성해야…적정 보상·의료인 보호도 중요"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들은 의사와 환자가 모두 서울 일부 병원에 집중돼 지방 병원들이 도태되고 있다며, 의과대학 증원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역의료현장에서 바라본 필수의료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주제로 강원의대 백송홀과 충북의대 첨단강의실에서 동시에 이원 세미나를 열었다.

김도훈 충북의대 흉부외과 교수는 "충북에서 연간 100건가량의 폐암 수술이 진행될 때 서울 강남에 위치한 '빅5' 병원은 연간 1천400여건의 수술을 한다"며 "환자 수 또한 충북은 제자리걸음이지만 빅5 병원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환자 쏠림으로 소외된 병원에서는 수입이 감소하고, 급여·자원·투자·시설 등 모든 면이 부족하게 돼 특히 지방 병원들은 도태된다고 지적했다. 이봉기 강원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가장 크게 느껴지는 지역 의료의 위기는 전문의가 사라져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된 근무, 높은 의료분쟁 위험, 좋지 않은 보수, 지방 기피 등을 지역 의사 부족 원인으로 들며 지방 병원의 의사들이 버티는 이유는 오로지 소명의식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의대 증원은 지역 의료를 악화시킨다며 대책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김도훈 교수는 "물이 부족하다고 무작정 수문을 열면 홍수만 일으킬 뿐"이라며 "가장 중요한 정책 파트너인 의사를 배제한 무지성적 의사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지역 필수 의료를 국가 기간 산업으로 지정해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봉기 교수는 "정부의 '2천명' 증원 추진으로 의사들의 소명의식, 배우는 기쁨, 가르치는 기쁨은 모두 사라졌다"며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준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중증·난이도, 위험도 등의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보상을 하고, 법적 분쟁·번아웃·자긍심 상실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