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ople] 배우 길해연 "연기로 다양한 소풍 경험하는 건 축복"

드라마 '원더풀 월드' 및 영화 '돌핀' 이어 연극 '햄릿'서 열연
5년째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활동…"자긍심 심어주고자 해"
"작품을 통해 매번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배우 활동의 매력이죠. 평소 '인생이 소풍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인데 연기로 다양한 형태의 소풍을 경험하는 것은 축복이에요. "
연극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열연하는 배우 길해연(60)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속에서는 하나의 퍼즐 조각일지라도 맡은 역할에 충실해 구멍을 잘 메우는 사람이고 싶었다"며 이렇게 고백했다.

그는 38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소풍이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소풍에서 비를 만나 길을 잃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는다"며 "힘들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생각하며 지금 무대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길해연은 1986년 극단 '작은 신화'의 창단 멤버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고, 연극 예술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2003년 영화 '여섯개의 시선'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연극 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다.

올해 초에는 배두리 감독의 영화 '돌핀'에서 중년 여성 '정옥' 역할로 관객과 만났다.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는 은수현(김남주 분)의 시어머니 정명희 역으로, '졸업'에서는 학원 상담실장 김효임 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신시컴퍼니의 연극 '햄릿'에서 햄릿의 어머니이자 덴마크 왕비인 거트루드 역할로 무대 위에 서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 등 매체 연기와 연극 무대에서의 연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길해연은 "연극에서는 연기의 크기가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내가 커져야 한다"며 "대사의 부피뿐만 아니라 극장 맨 뒤에 있는 관객에게 배우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연극과 본질적인 부분은 같지만, 더 세밀한 표현 방식이 필요하다"며 "카메라가 배우를 클로즈업하는 순간에 어떻게 표현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기가 생각한 의도랑 다르게 비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때 조금 더 예민해지긴 하지만 다양한 표현을 선보일 수 있어서 좋다"며 "연극을 할 때는 진지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고뇌하는 시간이 있어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매 순간이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연극을 하다가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 연기로 눈을 돌리거나, 매체 연기에서 연극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자 고민하는 사람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던 대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길해연은 "좋은 기회가 왔을 때 특별한 것을 보여주려는 생각보다는 나 스스로를 믿고 편안하게 임하는 게 좋다"며 "새로운 걸 만났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한국연극인복지재단 활동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길해연은 연극인들이 건강하게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재단에서 2020년 9월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돈만으로는 연극인들에게 힘을 줄 수 없다"며 "당신을 인정하고 위로한다는 것, 당신은 자랑스러운 연극인이라고 환기하는 것이 재단 사업의 핵심이다.

그러면 10년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재단은 긴급 생계비 지원, 의료비 지원, 연극인 자녀 장학금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연극인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후원금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한국 연극을 지탱하는 중견 연극배우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연복 연기상'과 극 전문 스태프를 꿈꾸는 청년 연극인을 독려하기 위한 '연극 스태프 상'을 제정한 것을 의미 있는 성과로 꼽았다.

길해연은 "연극인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돕는 보조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어떤 행사에서 상금을 받았다고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등 연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힘이 돼주려는 분위기가 생겨나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내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출연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국내 최초로 럭비를 소재로 다룬 이 드라마에서 길해연은 체육고등학교 교장 역할을 맡았다.

길해연은 "최근 대본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신나게 웃고 울었다"며 "이런 어른이 옆에 있었더라면 내 인생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캐릭터가 될 것 같다. 최고의 인간미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