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오가노이드' 대량 배양 기술 개발…상용화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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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 리포트오가노이드란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초소형 ‘장기유사체’ 또는 ‘미니장기’로 자가조직화 과정을 통해 실제 장기를 높은 수준으로 모사할 수 있는 3차원 세포 집합체를 뜻한다. 특히 장의 상피조직을 모사하는 장 오가노이드는 2009년 최초로 개발된 이후 기초과학, 재생의학뿐만 아니라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장 오가노이드가 재생 의학과 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한계들이 남아있다. 우선 기존의 장 오가노이드는 대량 배양이 어렵고, 오가노이드 모양과 기능이 균질하게 유지되지 않아 품질 관리가 어렵다.
권오만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장 오가노이드는 3차원 배양을 위해 지지체 역할을 하는 세포외기질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마트리젤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마트리젤은 쥐의 육종암에서 생산되는 고가 물질로 조성 및 작용 기전이 불명확하다. 또 인간과 쥐의 근본적 차이로 인한 이종 감염 위험이 있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 오가노이드 배양에 필요한 배지도 생산 단가가 높아 대량 배양 및 상용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는 최근 균질한 장 오가노이드를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기존에 3차원 배양하던 장 오가노이드를 분해해 2차원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2차원 배양된 세포들이 장 오가노이드의 핵심 성분인 장 줄기세포 집합체라는 것을 발견했다. 3차원 세포외기질 지지체 없이 빠른 속도로 자가증식이 가능한 고순도의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2차원 배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마트리젤과 같은 세포외기질의 지지를 받지 않고 세포를 배양할 수 있게 됐다는 특징이 있다. 쉽고 빠르게 줄기세포 집합체를 증식시킬 수 있게 돼 대량 배양 기술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고가의 배지 조성물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추가 개발함으로써 배지 생산 단가를 낮출 가능성 역시 제시했다.
새롭게 개발한 2차원 배양 장 줄기세포 집합체의 재생치료제로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장 상피가 손상된 질환 쥐를 제작하고, 쥐의 손상된 장 상피에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내시경을 이용해 이식했다. 이식 후 장 줄기세포 집합체가 손상 부위에 생착해 해당 부위가 빠르게 재생되며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쥐의 체중 증가와 생존율이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이식하지 않은 쥐에 비해 높게 나와 재생치료제로서의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실제 의학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생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균질한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대량 배양하고 철저한 품질관리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안정성을 높이고 저렴한 배양 배지 생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고분자 기반 표면 개질 기술을 이용한 배양 접시도 개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제 임상 적용이 가능한 장 재생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종합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