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상의 지평, 정도전에서 김대중까지 59명으로 만난다
입력
수정
창비 60주년 기념 한국사상선 출간조선 건국 공신 정도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사상가의 글을 통해 국내 사상과 철학의 역사를 톺아보는 선집이 나왔다.
"정도전 '책임정치' 현대에 경종"
16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창비 한국사상선> 발간 간담회에서 간행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 국내 사상가들의 사상과 철학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지적 자산"이라며 "정도전부터 김대중까지 59명의 주요 사상가를 선정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들이 남긴 글의 원전을 현대 독자가 읽기 쉽도록 번역·정리하고 해설을 덧붙였다"고 밝혔다. 창비는 설립 60주년을 맞는 오는 2026년 전30권 완간을 목표로, 그중 1차분 10종을 최근 발간했다. 기존의 사상사나 선집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정치인이나 종교인, 문학가, 여성 등을 포함한 점이 특징이다. 조선의 군주 세종과 정조, 김시습, 이황 등을 거쳐 근대의 개벽사상가 최제우, 혁명가 김옥균뿐 아니라 소설가 염상섭, 작가 나혜석 등도 다룬다. 임형택 간행위원(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관념적인 사상가뿐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사상을 실천하고 구현한 인물을 중심으로 선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권 <정도전: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는 조선 건국의 설계자이자 정치관료 중심의 중앙집권제를 통치철학으로 제시한 사상가 정도전의 핵심저작을 정리했다. <조선경국전>(1394)과 <경제문감>(1395), <경제문감별집>(1397) 등이다. 이 책 편저를 맡은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권력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도전의 '책임정치' 사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가톨릭대 교수는 "요즘 니체, 쇼펜하우어, 칸트 등 해외 철학가의 사상을 대중이 읽기 쉽게 소개한 책이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해외 사상가 뿐 아니라 국내 사상가의 글과 철학을 현대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원으로 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