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생각 읽어내는 컴퓨터, 반도체로 개발한다

삼성전자 소속 서울대 연구원-KAIST
말랑말랑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소자 개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이스X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개발 기업 뉴럴링크는 올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처음 시작했다. BCI는 사지마비 등 육체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환자의 뇌 신호를 읽어내 컴퓨터를 조작하는 기술이다. 공상과학(SF) 영화처럼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행동을 실현시키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기술이 BCI다.

지난 1월 시작된 뉴럴링크 임상에서는 사지마비 환자의 생각만으로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후속 실험은 칩을 이식한 뇌 부위가 부풀어오르는 등 면역 거부반응이 시작되면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재직중인 같은 대학 학과 소속 원대연 박사, 김택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뉴럴링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 형태의 BCI 생체 전극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뉴럴링크와 같이 단단한 BCI 소자는 삽입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는데 이번 임상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2022년엔 뉴럴링크 실험에 사용된 원숭이들이 집단 폐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드러운 전도성 하이드로젤 형태의 생체 삽입용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그러나 뇌세포에서 나오는 신호를 정밀하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하이드로젤을 미세 패터닝해야 하는데, 흐물흐물한 하이드로젤을 수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패터닝하는 기술은 개발하기가 매우 까다롭다.서울대와 KAIST 공동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을 마이크로미터 두께로 패터닝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확보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도성 고분자와 투명한 기판의 계면에 레이저를 집중시켜 두 소재 사이 강한 결합을 만들고, 광열 에너지에 의해 전도성 고분자가 상분리돼 부드러운 하이드로젤로 변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레이저의 높은 해상도와 자유도를 통해 원하는 위치에만 기판과 강하게 접합할 수 있고 초미세 패터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축축한 생리적 환경에서 손으로 비비고 잡아당기고 구기더라도 패턴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하이드로젤 BCI 전극은 동물 실험으로 성능을 입증했다. 쥐의 머리에 삽입해 3주 동안 안정적으로 뇌 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