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까지 응답 없는 전공의, 이젠 관용보다 원칙대로

정부가 의료 정상화를 위해 ‘행정처분 철회’라는 최후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전공의들은 끝내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거부했다. “15일까지 복귀나 사직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정부와 병원 측의 간곡한 요청을 전공의 대부분은 묵묵부답으로 외면했다. 전국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의 90%선인 1만2000여 명이 대화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전공의들은 “증원 백지화 전 복귀는 없다”는 주장을 무한반복 중이다. 정부가 ‘원칙 포기’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처벌 없이 동일 과·연차로 복귀할 수 있는 특례까지 허용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무슨 조치든 해볼 테면 해보라”며 국민과 환자를 볼모로 잡는 특권의식에 국민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정부는 사태 초기 전공의들이 내놓은 이른바 ‘7대 요구’ 중 6개를 수용했다. 과학적 의사수 추계기구 설치,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이다. 못 들어준 ‘의료정원 백지화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내년 증원 백지화가 선행조건이라며 막무가내다.전공의뿐만 아니다. 진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 리스트를 만들어 돌리는 등 의료계 전체가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계 스승 격인 교수들마저 전공의를 방패 삼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전국 34개 의대 교수들은 행정처분 ‘철회’ 대신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 사실상 전공의들의 미복귀를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대생들도 수업 거부를 넘어 의사국가고시 거부 입장을 천명했다.

의사협회는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들어줘야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며 정부의 굴복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관용으로 기득권 사수 투쟁을 막을 수 없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의료 붕괴를 막을 길은 전공의 사직 처리 등 법과 원칙에 따른 빈틈없는 대응뿐이다. 정해진 의료개혁 일정에 속도를 내면서 필수·지역의료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이 핵심이다.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필수의료수가에 집중 투자’ 등의 약속을 빈틈없이 실천해야 한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상급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가속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