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숍 내는 티파니·매장 키운 리차드밀…다시 뜨는 청담 명품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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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끄떡없는 명품지난 15일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왕복 6차선 압구정로를 사이에 두고 곳곳에서 신축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샤넬 플래그십 매장 옆에 새 매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로로피아나 바로 옆에는 스페인 명품 로에베 매장이 최근 가림막을 걷고 녹색 외관을 드러냈다. ‘럭셔리 성지’ 청담동 명품거리가 부활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이 지역 공실률이 20%를 넘었지만 최근 9%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결혼예물 늘고 영리치 고객 급증
시계·주얼리·운동복으로 다변화
'청담동 명품거리=럭셔리 성지'
로에베·리차드밀·오데마피게 등
하이엔드 브랜드 플래그십 출점
20% 웃돌던 공실률 9%로 급감
패션·잡화서 시계·주얼리로 확장
16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명품시장의 메카’로 꼽히는 청담동 명품거리에 새 매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티파니, 로에베뿐 아니라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 바쉐론콘스탄틴 등도 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모델도 수억원에 달하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리차드밀도 이달 초 매장 규모를 대폭 키워 새롭게 문을 열었다.청담동에 명품, 그중에서도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 매장이 속속 문을 여는 건 명품 소비 트렌드가 바뀐 영향이 크다.
국내 명품 소비는 코로나19 사태 때 폭발했다. 세계 곳곳이 봉쇄돼 해외여행이 막히자 사람들은 해외 명품을 ‘보복 소비’하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주도해 명품시장의 판을 키웠다.현재 명품시장 판도는 이때와는 다르다. 해외여행은 작년부터 본격 재개됐다. 에루샤도 인기 모델을 자국에 우선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을 주도하는 건 반클리프아펠, 티파니 등 주얼리와 오데마피게 등 시계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최근 청담동 명품거리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명품업계에선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결혼 예물 수요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때 가장 타격받은 산업 중 하나가 예식업이었다. 결혼을 미루거나 가족만 모여 조촐하게 치르는 ‘스몰웨딩’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뒤 예식 수요가 폭증했다. 상권분석 플랫폼 핀다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예식장 한 곳당 평균 매출은 약 5억3000만원으로 전년(4억2800만원) 대비 23.8% 급증했다.
명품시장이 성숙한 영향도 있다. 명품시장 초기엔 핸드백, 구두, 지갑 등 잡화가 잘 팔린다. 이후 시장이 무르익으면 가격이 비싼 주얼리, 시계 등으로 수요가 확산한다. 최근엔 커피, 운동복 시장에서도 명품 브랜드가 인기다. 롯데백화점이 들여오는 프리미엄 카페 바샤커피도 이달 명품거리에 첫 번째 매장을 낸다. 럭셔리 요가복 브랜드 알로요가도 국내 진출을 앞뒀는데, 첫 매장 후보지로 청담동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구매율도 높다. 명품 소비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韓 명품시장에선 그래도 청담동”
명품 브랜드가 특히 청담동에 다시 몰리는 이유는 ‘인접 브랜드 효과’를 보려는 의도에서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명품거리엔 수십 개 명품 플래그십 매장이 몰려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지방시, 쟈딕앤볼테르 등 일부 명품 브랜드가 매장을 빼면서 한때 공실률이 20%를 넘었으나 주요 명품 브랜드는 매장을 유지했다. 특히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은 ‘대표 매장’을 청담동에 뒀다. 새 매장을 여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이들 브랜드 옆에 매장을 열어야 ‘체급’을 맞출 수 있다.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게 상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인데, 청담동이 가장 들어맞는다”고 했다. 긴자, 오모테산도 등 명품 밀집 상권이 많은 일본과 달리 국내에 명품거리라고 할 만한 곳이 청담동밖에 없다는 희소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명품 브랜드는 매장을 낼 때 수익성과 상징성을 함께 고려한다. 한 번 매장을 내면 오랫동안 유지하는 이유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새 매장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명품업계가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