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경제 전환 이끌었던 학자가 풀어낸 64년 중국 경제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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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경제사 1956~2020중국 경제학도들의 필독서이자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외국 연구자들이 참고하던 우징롄의 <당대중국경제개혁교정(當代中國經濟改革敎程>이 <중국현대경제사>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돼 나왔다.
우징롄 지음
김현석·이홍규 옮김/글항아리
776쪽|4만5000원
우징롄은 중국의 저명한 원로 경제학자다. 사회주의가 시장 경제와 양립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유명하다. 국무원에서 경제 개혁을 이끌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도왔다. 1954년 푸단대를 졸업했고, 예일대와 MIT, 옥스퍼드 등에서 방문 연구원과 객원 교수로 일했다.그는 사회주의가 시장 경제와 양립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유명하다. 2008년 중국 국영매체는 그를 ‘미국의 스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중국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불린다. 그는 “구식 마오주의자들이 2004년 이후 정부에서 영향력을 얻고 있다”고 경고했다. 계획경제로 돌아가길 원하는 마오주의자들 때문에 중국 미래가 밝지 않다고 봤다. 1999년 처음 출간돼 2021년 두 번째로 개정된 이 책은 건국 초기 계획경제에서부터 시장화 개혁 과도기, 그리고 전면적 개혁개방 추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의 중국 경제사를 살펴본다.
중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과정은 혁명이 아니라 개혁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혁이 집권당과 정부의 지도하에 점차 실현됐다는 것이다. 이는 커다란 사회적 격동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제 체제의 변동은 필연적으로 사회구조의 변화를 야기한다. 사회, 정치, 문화가 같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경제적 토대에 조응하지 않고 상부구조에서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양자 사이에는 여러 마찰과 충돌이 야기될 것이며 결국 경제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경제개혁 과정에서 수반되어야 하는 정부 자체의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 문제가 점점 더 주목받는 이슈가 되었다”고 했다.
책은 이론적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스탈린 등의 경제 모델부터 현대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는 소련 및 동유럽과 동아시아의 경제개혁 사례에서부터 또 지금 2020년대 중국의 현실까지 아우른다. 분야별로 중국의 농촌개혁, 기업개혁, 금융개혁도 각각의 장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연구자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엔 딱딱하고 건조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