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의 먹는 비만약, 4주 만에 체중 6.1% 줄였다…임상 공개

먹는 비만약 CT-996 임상 1상 결과 공개
주사제와 비교해 부작용 면에서 차이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비만약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로슈가 연이어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 주사제 비만약(CT-388)에 대한 성공적인 초기 임상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먹는약에서도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왔다.

로슈는 먹는 비만약으로 개발 중인 'CT-996'의 임상 1상에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4주 만에 평균 6.1%의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다가오는 의학 학회에서 발표된다.경쟁약물인 일라이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성과다. 지난해 7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오르포글리프론은 임상 2상에서 36주간 비만 환자들의 체중을 9.4~14.7%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 투여군은 체중이 2.3% 감소했다.

CT-996은 저분자화합물 형태의 비만약이다. 주사제 형태의 비만약은 대부분 펩타이드 제형으로 이뤄져 있지만 펩타이드는 소화기관에서 흡수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들은 먹는 비만약을 저분자화합물 형태로 바꿔 개발하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당뇨병 치료제로서 안전성이 입증된 펩타이드와 달리 저분자화합물은 부작용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임상 1상에서 CT-996은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 위장관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는 인크레틴 약물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간에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없었다. CT-996의 혈중 수치는 단식 중이나 고지방 식사 시에도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약물을 식사시간과 관계없이 투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슈는 해당 약물을 체중감량을 위해 사용할뿐 아니라 체중감량 후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레비 개러웨이 로슈 최고의료책임자는 "먹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인 CT-996으로 치료 받은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며 "만성 체중관리와 혈당 조절을 함께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대사질환에서 경구용 및 주사제 방식의 옵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T-996은 지난 5월 임상 결과를 공개한 CT-388과 마찬가지로 로슈가 카못테라퓨틱스를 통해 확보한 비만약 후보물질이다. 로슈는 지난해 12월 31억달러(약 4조원)을 들여 미국 대사질환 전문기업 카못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카못테라퓨틱스는 앞서 언급한 두 물질 이외에도 GLP-1과 GIP 이중작용제인 CT-868를 보유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