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1주기 앞두고…궂은 날씨에도 청계광장 분향소 추모발길

빗속 뚫고 찾아온 시민들 "진실 규명해야"…우원식 의장 등 정치인들도 추모
서울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린 1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는 지난해 7월 19일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모 상병의 순직 1주기를 추모하는 시민 분향소가 차려졌다. 오후에 잠시 비가 그치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비에 추모객들은 "내리는 비가 마치 채 상병이 흘리는 눈물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모객이 손수 마음을 적은 포스트잇에는 "미안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네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 "제 또래라고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프다" 등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날 오후 이곳을 찾은 이길재(54)씨도 "채 해병이 순직할 때도 이렇게 비가 많이 왔었다"며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1년이 지나도 못 지켰는데 비바람이 쳐도 와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해병대 637기라는 그는 분향소를 찾기 위해 태국 출장 일정까지 조정해 이날 귀국했다며 "해병대 선배로서 힘을 합쳐 진실을 밝히겠다는 다짐이 있다"고 했다.

이씨는 "아들이 채 해병과 동갑이다.

저를 따라 해병대에 가려고 했었는데 이 사건 이후로 해병대에 가지 않겠다며 육군으로 입대했다"며 "지금이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탄식했다. 이날 오후 2시께부터 3시간여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김기춘 씨는 억수처럼 쏟아진 비에 옷이 흠뻑 젖은 채 서 있었다.

그는 "해병대 출신으로서 조그마한 마음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채 상병에게 해병대 선후배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 하니 하늘나라에서 꼭 지켜봐달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도 200분이 넘는 시민들이 와주셨다"며 "우산을 써도 다 젖는 날씨에 채 해병을 위해 와주신 만큼 그분들 바람대로 채 상병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진상규명이 되고 책임자가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송옥주·박해철 의원 등 정치인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우 의장은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꼭 밝히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긴 뒤 정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과 만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청계광장 스프링(소라탑) 앞에 이날 오전 7시께 설치된 분향소는 채상병 순직 1주기일인 19일까지 운영된다. 19일에는 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가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