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두산밥캣 '부정적 관찰대상' 지정…"경영개입·재무부담↑"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비상장 자회사가 되면 그룹 차원의 경영 개입 가능성이 커져 두산밥캣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나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7일(현지시간)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의 개입 가능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산밥캣의 '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Credit Watch)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의 계열사 개편은 두산밥캣의 지분 46%를 가진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한 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외 주주가 보유한 두산밥캣 잔여 지분은 포괄적 주식교환 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취득하고 두산밥캣은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S&P는 "두산그룹의 구조개편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번 구조개편으로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분율이 약 14%에서 42%로 높아져 두산그룹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두산밥캣에 대한 부정적인 개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의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기업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두산밥캣의 재무정책 기조가 보다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두산밥캣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최대 1조5천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조5천억원 규모의 현금 유출은 두산밥캣의 보유 현금 약 1조8천억원(올해 3월말 기준)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두산밥캣의 신용지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S&P의 진단이다.

S&P는 "올해 10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또는 채권자 이의제출 접수가 완료되면 두산밥캣의 신용등급을 관찰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구조개편 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모그룹의 개입 가능성 및 정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P는 그룹 차원의 경영 개입이 높아질 경우 두산밥캣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고,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의 현금흐름을 투자재원으로 사용할 경우 두산밥캣의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재무정책 변화 여부도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개편으로 '알짜 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게 된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신용도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이번 분할합병으로 인해 밥캣을 통한 배당수익 기반이 소멸하는 점이 두산에너빌리티의 관점에서 볼 때 직접적인 부정적 요인"이라고 짚은 뒤 "주주 및 채권자 보호절차를 통한 현금유출 규모가 향후 재무안정성 변화에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산밥캣의 재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될 ㈜두산과 그룹 신용도의 관점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