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전 막전막후…'온타임 위딘버짓' 전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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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강국 프랑스 누른 배경엔 '제 시간 내 경제적 건설' 보증수표
美 웨스팅하우스·한수원 지재권 소송전 '각하' 주요 변곡점
尹대통령·산업장관 정부 차원 외교전…한수원 '韓 브랜드 이미지' 제고 주효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 within budget·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1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α'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쾌거는 이 한마디 전략으로 요약된다. 대규모 원전 건설을 제 시간과 예산 내 가장 경제적이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K-원전'의 보증수표가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셈이다.
체코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한수원의 '온타임 위딘버짓' 전략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요제프 시켈라 장관은 "이것은 정말 역사적인 프로젝트"라며 "우선협상대상자(팀코리아)는 더 나은 가격과 더 안정적인 비용 관리 보장,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제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체코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건설 시작과 완료를 위한 고정된 날짜와 명확하게 정의된 일정을 갖고 있다"며 "계약자가 이를 약속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이번 입찰과 관련해 약 20만페이지의 문서를 검토했다고도 덧붙였다. K-원전은 1972년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원전 건설을 멈춘 적이 없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정확한 공기, 경제성을 인정받았고 공기 지연이나 비용 증가 없이 신규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사로 꼽힌다.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4호기, 국내 새울 2호기,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 등 최대 9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팀코리아가 2016년 입찰예비문서를 체코 측에 제출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원전 강호들과 맞붙어 최종 수주 성과를 거머쥐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애초 이번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 팀코리아 간의 3파전으로 시작됐다.
이후 올해 1월 웨스팅하우스가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면서 프랑스와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정부와 원전업계 안팎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지식재산권 소송전에서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이 각하 판단을 내린 것이 중요한 변곡점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기술이 자사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원전 운영 초기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이라며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은 소송의 쟁점인 지식재산권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채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자격을 문제 삼아 각하했다.
미국 법원은 APR1400의 수출통제 집행권이 웨스팅하우스가 아닌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웨스팅하우스의 항소로 양사 간 지식재산권 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웨스팅하우스 측에 1차 제동을 걸어 결과적으로 수주전에 임하는 한수원의 부담을 한층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한수원의 수주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물밑 노력도 한몫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한미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같은 달 체코를 방문해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 즈비넥 스타뉴라 재무부 장관 등 체코 정부 주요 인사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지원 등을 포함한 양국 간 포괄적인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수주전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컨벤션센터(WCC)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도 가능하므로 대한민국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분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수원의 꾸준한 외교·문화적 노력을 통해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간 한수원은 발주사, 체코 정부 의사 결정권자 등과의 수차례 면담에 더해 현지 매체를 활용한 언론보도, 현지 기업 광고 게재, 원전 예정지의 스포츠 마케팅 등을 총동원해 수주전을 펼쳤다.
양국 간 산학연 기술 교류 활동과 대학생 초청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올해 체코 대학생 15명을 초청해 새울본부와 두산공장 등을 견학하도록 했다.
한수원의 체코 글로벌봉사단은 올해까지 8년째 교육봉사와 문화 공연 등의 소통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원전예정지 지역 주민에게 마스크 45만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꾸린 팀코리아 소속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체코 프라하 현지에서 '체코·한국 원전건설 포럼'을 개최해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알렸고, 두산에너빌리티를 보유한 두산그룹은 같은 달 체코 현지에서 원전 사업 수주 지원행사인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열었다. /연합뉴스
美 웨스팅하우스·한수원 지재권 소송전 '각하' 주요 변곡점
尹대통령·산업장관 정부 차원 외교전…한수원 '韓 브랜드 이미지' 제고 주효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 within budget·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1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α'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쾌거는 이 한마디 전략으로 요약된다. 대규모 원전 건설을 제 시간과 예산 내 가장 경제적이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K-원전'의 보증수표가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셈이다.
체코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한수원의 '온타임 위딘버짓' 전략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요제프 시켈라 장관은 "이것은 정말 역사적인 프로젝트"라며 "우선협상대상자(팀코리아)는 더 나은 가격과 더 안정적인 비용 관리 보장,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제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체코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건설 시작과 완료를 위한 고정된 날짜와 명확하게 정의된 일정을 갖고 있다"며 "계약자가 이를 약속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이번 입찰과 관련해 약 20만페이지의 문서를 검토했다고도 덧붙였다. K-원전은 1972년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원전 건설을 멈춘 적이 없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정확한 공기, 경제성을 인정받았고 공기 지연이나 비용 증가 없이 신규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사로 꼽힌다.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4호기, 국내 새울 2호기,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 등 최대 9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팀코리아가 2016년 입찰예비문서를 체코 측에 제출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원전 강호들과 맞붙어 최종 수주 성과를 거머쥐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애초 이번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 팀코리아 간의 3파전으로 시작됐다.
이후 올해 1월 웨스팅하우스가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면서 프랑스와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정부와 원전업계 안팎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지식재산권 소송전에서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이 각하 판단을 내린 것이 중요한 변곡점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기술이 자사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원전 운영 초기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이라며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은 소송의 쟁점인 지식재산권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채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자격을 문제 삼아 각하했다.
미국 법원은 APR1400의 수출통제 집행권이 웨스팅하우스가 아닌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웨스팅하우스의 항소로 양사 간 지식재산권 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웨스팅하우스 측에 1차 제동을 걸어 결과적으로 수주전에 임하는 한수원의 부담을 한층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한수원의 수주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물밑 노력도 한몫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한미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같은 달 체코를 방문해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 즈비넥 스타뉴라 재무부 장관 등 체코 정부 주요 인사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지원 등을 포함한 양국 간 포괄적인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수주전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컨벤션센터(WCC)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도 가능하므로 대한민국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분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수원의 꾸준한 외교·문화적 노력을 통해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간 한수원은 발주사, 체코 정부 의사 결정권자 등과의 수차례 면담에 더해 현지 매체를 활용한 언론보도, 현지 기업 광고 게재, 원전 예정지의 스포츠 마케팅 등을 총동원해 수주전을 펼쳤다.
양국 간 산학연 기술 교류 활동과 대학생 초청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올해 체코 대학생 15명을 초청해 새울본부와 두산공장 등을 견학하도록 했다.
한수원의 체코 글로벌봉사단은 올해까지 8년째 교육봉사와 문화 공연 등의 소통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원전예정지 지역 주민에게 마스크 45만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꾸린 팀코리아 소속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체코 프라하 현지에서 '체코·한국 원전건설 포럼'을 개최해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알렸고, 두산에너빌리티를 보유한 두산그룹은 같은 달 체코 현지에서 원전 사업 수주 지원행사인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