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케이블카 추진 '봇물'…"경제 활성화" vs "환경 파괴" 갈등

지자체, 관광발전 기대 속 신규 추진…환경단체, 난개발 우려 중단 촉구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 총선 때 '케이블카 공약' 이력에 변수 주목
환경부가 지난해 2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허가한 뒤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설치 추진이 잇따르면서 경제 활성화와 환경보전 논리를 맞세운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경제를 살리고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뛰어들고 있지만, 환경단체 등은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블카 설치 허가권을 쥐고 있는 환경부 장관으로 지난 4월 총선 당시 치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을 약속했던 김완섭 후보자가 지명돼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 강원도가 물꼬 튼 케이블카 사업, 곳곳에서 다시 시동
최근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물꼬를 튼 곳은 강원이다. 강원도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 지 41년 만인 지난해 11월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개최했다.

도는 기세를 몰아 오색케이블카 이외에도 지역 6곳에 추가로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에서 진행 중인 케이블카 사업은 원주시 치악산케이블카, 강릉시·평창군의 강릉∼평창케이블카, 삼척시 대이리군립공원케이블카, 철원군 금학산케이블카, 고성군 울산바위케이블카, 강릉시 소돌∼영진 북강릉 케이블카 등이다. 이중 강릉 성산면 어흘리와 평창 선자령 구간 5㎞를 연결하는 강릉∼평창케이블카는 이미 적정 노선을 확정해 최종보고회까지 마쳤다.

울산에서는 해발 1천m 이상 고봉들이 늘어선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본격화됐다.

2001년 민간 자본 개발 방식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그동안 표류하다가 2022년 민선 8기 이순걸 울주군수가 취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시행자는 지난달 등억지구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2.46㎞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서를 제출했다.

전주시도 아중역∼아중호수∼기린봉∼한옥마을 구간 3㎞ 길이 케이블카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연간 1천만명이 방문하는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 외연을 전주지방정원과 아중호수 일대 등 전주 동부권까지 확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시는 황령산 정상과 도심인 서면을 잇는 케이블카인 539m 로프웨이와 관광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은 경남도의 중재로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단일 노선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함양군은 2011년 단독노선으로, 2015년과 2016년에는 산청군과 함께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각각 제출했지만, 반려된 바 있는데 정부가 지난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하자 재추진했다.

전남 구례군은 산동면 온천관광단지부터 성삼재 주차장까지 3.65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구례읍에서 오산 사성암 인근까지 2.34km 구간에는 2025년 12월 착공, 2027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오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구례군은 1천209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774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기대했다.
◇ 환경단체·정의당·불교계 반대…"난개발·적자 운영 우려"
환경단체와 정의당, 불교계는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지난 9일 "스위스, 미국,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들은 생태환경 파괴와 사양산업이라는 결론을 내고 케이블카를 없애거나 줄이는 추세인데 강원도만 정반대"라며 "김진태 지사는 절차 무시, 사양산업, 환경파괴 케이블카 건설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는 지난달 케이블카 사업비 대부분을 양양군 재정으로 충당한 결정의 위법성과 재정투자심사 의뢰서 거짓 작성 등에 대한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신불산케이블카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생태계를 망치고 기후 위기 대응에도 역행한다"며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안전성, 상부 정류장 주변 추가 개발 가능성,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사업성 등을 고려하면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측도 "영남알프스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15교구 본사인 통도사를 비롯해 석남사, 표충사, 운문사 등 천년고찰이 깃들어 있다"며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막아야 한다"라고 반대했다.
경남 지역 환경단체는 최근 환경부 앞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 파괴와 적자 예상 등의 이유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산 시민·환경단체 70여곳은 지난 1월 황령산 개발을 저지하는 '황령산 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를 출범했다.

이들은 "관광과 지역 활성화를 빙자한 개발업자의 이해가 시민, 자연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며 "시민의 산을 보호하기 위해 실천적 활동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시민단체들도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으로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2022년 4월 공사가 시작된 경기 포천시 산정호수와 명성산 억새 군락지를 케이블카로 잇는 공사는 지난해 2월 시공사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 환경부 장관 후보자, 지난 총선서 치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공약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이 케이블카 신규 설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총선 때 치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을 공약했던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이목을 끌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총선 때 원주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원주시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치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법으로 개발하겠다"며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어르신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오르기 어려웠던 치악산 관광을 할 수 있게 돼 관광객의 유입을 늘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부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지난해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허가한 데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을 공약한 김 후보자까지 등장하면서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주목받고 있다. (백도인 허광무 우영식 박정헌 박성제 장아름 이해용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