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인근에서 500여 년 전 묻힌 소뼈 무더기로 나와

"최소 7∼8마리 묻은 듯"…구덩이 여러 곳에서 집중적으로 확인
"특이한 사례"…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 분석·조사 예정
서울 종묘 인근에서 조선시대에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소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동안 소를 비롯한 동물 뼈 일부가 발견된 적은 있으나, 한양도성 유적 안에서 이처럼 많은 양이 나온 사례가 없어 학계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국가유산청과 학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에서 소뼈가 묻힌 수혈(竪穴·구덩이)이 잇달아 확인됐다.

수혈은 깊이가 1m 남짓이었으며, 일부는 서로 겹쳐 있는 형태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수습한 뼈 종류와 수량을 볼 때 최소 7∼8마리의 소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한울문화유산연구원 측은 "소로 추정되는 동물의 두개골이 나와 일대를 조사한 결과, 10개 이상의 수혈과 소뼈를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소뼈가 이처럼 한 번에, 집중적으로 발견된 사례는 이례적이다. 현재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에서는 한울문화유산연구원 외에 한강문화재연구원, 수도문물연구원 등 3개 조사기관이 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강문화재연구원이 발굴하는 구역에서도 동물 뼈가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동물 뼈가 부분적으로 출토된 적은 많지만 이처럼 한 곳에서 많은 양의 소뼈가 나온 적은 거의 없다"며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발견된 뼈 대부분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뼈를 자르거나 열을 가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고기를 먹고 난 뒤 뼈를 버리거나 모은 것이 아니라 어떠한 목적을 갖고 일부러 묻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도살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사단 안팎에서는 소뼈가 묻힌 장소를 눈여겨보고 있다.
소뼈가 수습된 일대는 종묘 맞은편으로, 종묘 담장까지 약 600m 떨어져 있다.

종묘는 조선 왕조의 왕과 왕비,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으로 종묘에서 지내는 제사는 조선 왕실의 중요한 행사로 여겨졌다.

현장을 살펴본 한 관계자는 "위치상 종묘와 가깝기 때문에 어떤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며 "제사 의례와 관련해 도살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청계천과도 인접해 있다.

조사단은 과거 도성 내에서 소와 말을 거래하던 시장이 청계천 마전교(馬廛橋) 인근에 있었다고 전하는 내용과도 관련 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소뼈가 왜 묻혔는지 추정할 만한 뚜렷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소뼈가 발견된 일원에서는 건물지 관련 유구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는 중요 출토자료 보관·연구 지원사업에 따라 발굴된 소뼈 등을 이번 달 중에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옮겨 조사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최근 신라월성연구센터(숭문대)에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꽃가루나 각종 동·식물 자료를 조사할 수 있는 고환경 연구동을 완공한 바 있다.
일본에서 동물고고학을 전공한 김헌석 학예연구사(박사) 등이 연구·분석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수습한 뼈와 흙 등 유기물 자료만 하더라도 유물 상자 기준으로 150개에 달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는 데도 최소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김헌석 학예연구사는 "현장 조사 결과 15세기 중엽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기에 한양도성 내에서 이 정도의 동물 뼈가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한양도성 안에서 가축을 어떻게 기르고, 이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흔적"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