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위' 미국은 옛말…'이 나라' 뜨자 면화 4년만에 최저치 [원자재포커스]

올해 브라질 면화 수출량 미국 제쳐
옥수수 가격 떨어지자 면화로 갈아타
경기 침체·고금리에 의류 수요도 감소
"미국 호주 생산량 늘어 반등 어려워"
최근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이 된 브라질이 수출량을 급격히 늘리며 면화 가격이 3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면화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4% 하락한 파운드 당 0.69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28일 면화 가격은 0.632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최근 5년 면화 선물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면화 가격 하락세는 브라질이 생산 및 수출량을 급격히 늘린 결과다. 브라질 농무부에 따르면 2023~2024 시즌(2023년8월~2024년7월) 브라질의 가공 면화 수출량은 270만t(톤)으로 미국(257만t)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농무부(USDA) 역시 브라질과 미국 면화 수출량 전망치를 각각 1240만 베일(면화 생산 단위·1베일=약225㎏), 1180만베일로 제시했다. 2030년에 브라질을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으로 만들겠다는 '코튼 브라질 프로젝트'의 목표는 시행 4년만에 조기 달성했다. 브라질은 지난 10년 간 꾸준히 면화 재배지를 늘려왔다. 2023~2024 시즌 면화 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13%증가한 187만헥타르(1헥타르=1만㎡)로 집계됐다. USDA는 면화 재배 면적 증가가 옥수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옥수수의 상품성이 떨어지자 면화로 작물을 갈아탄 것이다. 브라질 중서부에서 콩 옥수수 밀 면화 등을 재배하는 카를로스 모레스코는 "인센티브나 보조금이 없기 때문에 헥타르 당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불과 2년 전 가뭄으로 미국 면화 생산량이 급감, 가격이 급등한 상황과 정반대다. 미국 면화 생산량은 2021~2022 시즌 1750만베일에서 2022~2023 시즌 1250만베일로 급감했다. 당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텍사스 농부들이 600만에이커(1에이커=4046㎡)의 재배지에서 수확을 포기해야했다. 면화 가격은 2022년 4월 10년 만에 최고치인 1.548달러까지 올라갔다.

면화 수요 역시 거시 경제와 인조 직물 기술의 발달로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의류 수요가 약화했고, 소비자들은 면보다 저렴하고 생산 속도가 빠른 폴리에스테르 등 인조 직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은 당분간 면화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국 수확량이 2021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면화 수출 세계 3위인 호주에서도 풍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디 캄피체 미국면화협회 경제 및 정책 분석담당 부회장은 "세계 면화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가격이 다시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면화 수요가 증가하려면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