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희비 갈리는 미국과 유럽 방산주…이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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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수석연구원

미국과 유럽의 방산주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

방위산업에 대한 전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객인 각 국 정부들이 군사적으로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 잔혹한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이 임박했으며 중국은 타이완을 노리면서 더 많은 분쟁이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주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각 국 정상들이 느끼는 안보위협은 어느 때보다 높았을 것이다.

2023년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액은 1조3000만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3000억 달러가 무기도입비로 쓰였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1.6배나 늘어난 것이다. 국방비 중 무기도입비 비중은 10년전 16%에서 22%로 상승했다. 무기도입비 지출속도가 국방비 지출 속도보다 빨랐다는 의미다. 국방비 지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나토는 18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이상을 국방비로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0년 전 3개국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이런 상황 속에서 유럽의 방위산업체들과 미국의 방위산업체들의 주가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 RTX, 노스롭그루먼, 제네럴 다이나믹스의 주가는 S&P500 지수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다. 반면, 유럽의 방위산업체들의 주가는 급격히 상승했다. 프랑스 탈레스와 영국의 BAE시스템즈 주가는 2배 넘게 올랐고 독일의 라인메탈의 주가는 6배 올랐다.

각 국의 무기도입비 변화를 보면 주가 차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올해 미국의 무기도입비 규모는 170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3년 평균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의 올해 무기도입비 규모는 130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3년 평균의 약 2배 수준이다.

냉전 이후 서방의 국방 예산이 줄어들면서 무기체계의 생산능력이 축소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우선순위는 대테러전쟁으로 바뀌었고 누구도 유럽에서의 지상전을 위한 생산능력 추가를 생각하지 않았다. 무기체계 생산능력 회복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인데 이마저도 방위산업체들이 지속적인 수요를 확신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결국 무기도입비 규모 변화를 봤을 때 현재까지 그 확신을 유럽 국가들은 보여주고 있고 미국은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방위산업체의 현재 실적은 물론 향후 성장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했고, 결국 주가 방향성이 달라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