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공소 취소 부탁"…한동훈 폭로에 "이러다 다 죽는다"

한동훈 폭로에 野 곧장 "수사하자"
나경원 "한동훈 입이 우리 당 리스크"
한동훈(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CBS 김현정의 뉴스쇼 특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4차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한동훈 후보에게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나 후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을 공격하자, 이에 대한 반격 과정에 한 후보가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행된 전당대회 4차 방송토론에 나섰다. 한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으시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폭로는 나 후보가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이 '이재명 전 대표 사건', '서해 공무원 피습 사건' 등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 관련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하는 데서 시작됐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나 후보는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의 문제다. 저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와 나 후보가 언급한 '패스트트트랙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국회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공수처 설치법안, 선거제 개편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여야 의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원내 전략을 주도했던 나 후보는 검찰 수사 당시 “패스트트랙 관련 충돌 사건은 정치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었다.

야권 즉각 공세…여권선 "이러다 다 죽는다"

한 후보의 이 같은 폭로가 나오자 야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 후보가 한 후보뿐 아니라 윤석열 정권 검찰 인사들에게 추가 청탁을 한 것은 아닌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오늘 CBS 국민의힘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나 후보에 공세를 펴면서 충격 폭로를 했다"며 "나 후보의 이런 청탁은 수사 대상이다. 한 후보도 당시 이런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썼다. 나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라며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심지어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며 "그런데 한 후보는 이마저도, 자기 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후보의 발언이 있자마자, 바로 민주당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우리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며 "채상병 특검 수용도 마찬가지다. 본인만 살자는 한 후보의 이기적인 정치로, 정권과 우리 당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한 후보의 폭로에 따른 야권의 반응을 공유하며 "무차별 총기 난사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촌평을 올렸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