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학교 민원상담실…교원 95% "사용 경험 없어"

강경숙 의원·교원단체 설문…53% "민원대응팀 있는지 몰라"
서이초 교사 사망 후 교육당국이 발표한 교권보호 조치 중 하나인 '학교 민원상담실'을 대부분의 교사가 사용한 경험이 없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절반 이상의 교사는 교내 '민원대응팀'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답해 서이초 교사 사망 후 만들어진 교권 보호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새로운학교네트워크·실천교육교사모임·전국교직원노동조합·좋은교사운동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9∼28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원 5천980명을 대상으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후 교권 회복에 대한 공분이 커지자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구성하고 교육활동 침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등의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대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현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번 설문에서 교원 절반 이상(52.6%)은 학교에 민원대응팀이 조직된 것을 몰랐다. '학교 민원 발생 시 창구가 민원대응팀으로 일원화돼 있느냐'는 질문에도 70.9%가 '그렇지 않다' 또는 '모르겠다' 등 부정적으로 답했다.

악성 민원을 막기 위해 민원대응팀과 민원상담실까지 생겼지만, 결국 교사가 민원 처리를 계속 맡고 있는 셈이다.

교원 51.1%는 민원 처리 주체는 '담임 또는 교과 교사'라고 답했고, '교장·교감'과 '교무부장 등 해당 부장교사'라는 응답률은 각각 35.6%와 10.8%였다. 교육공무직(1.8%), 행정직 공무원(0.7%)이라고 답한 비율은 매우 낮았다.

외부 민원인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민원상담실까지 안내하는 주체가 누군지 물어보니 교원 50.1%는 '별도 인원 없이 담임 또는 개별 교사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자리에 있는 전화기가 녹음된다고 답한 비율은 59.0%였으며 22.2%는 아예 녹음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악성 민원을 조직적으로 응대하기 위해 생긴 '민원상담실'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교원 59.8%는 학교에 민원상담실이 구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94.8%는 민원상담실 사용 경험이 아예 없었다.

교육활동 침해 학생을 다른 곳으로 분리 조치할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지만 전담인력은 부족했다.

분리 장소로 학생을 인솔하는 주체는 85.0%가 교사였고, 봉사자와 퇴직교원을 활용한 경우는 3.5%에 그쳤다.

분리 시 학생 지도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반복되는 문제행동'(69.2%·중복응답)이 꼽혔고, '학생의 분리지도 거부와 이 과정에서의 교육활동 침해'(48.9%) 등의 답변도 있었다. 강경숙 의원과 교원 단체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교육 당국에 ▲ 학교 민원대응팀 운영 인력 예산 지원 ▲ 교육부 차원의 일관성 있는 학교 방문 예약 및 민원 처리 시스템 도입 ▲ 민원상담실 구축 및 안전장치 구비를 위한 예산 확대 지원 ▲ 분리 대상 학생 인솔 지도 인력 및 예산 지원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