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전 금리인하 반대…9월 금리인하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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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월러도 "정책금리 인하 시점 가까워져" 발언도널드 트럼프 美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대통령선거전 금리 인하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9월 첫 금리인하 가능성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연준에서 가장 매파로 꼽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언급하고 미국의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인하 가능성을 100% 확률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선물시장은 이미 9월 인하에 100% 가격 반영
17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오후에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11월 5일 대통령선거전에 금리 인하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표현하며 美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제롬 파월 연준의장에 경고를 날렸다.파월의장에 대한 협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블룸버그 기자들이 인터뷰에서 2028년까지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를 마치도록 할 것인지 묻자 트럼프는 2028년까지 그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가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된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마켓워치는 트럼프가 대선전에 월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연준의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듯한 수사적 표현을 썼으나 여전히 연준을 자신의 명령아래 두려는 속내를 억제하진 못했다고 풀이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트럼프가 임명한 인물임에도 트럼프 재임 시절 중앙은행에 대한 간섭 시도로 몇 차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역대 연준이 대선 후보들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대체로 독립성을 지켜왔다고 평가받은 만큼 트럼프의 경고가 연준에 영향을 준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 날 연준내에서 가장 매파로 꼽혀온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 대다수 연준 의원들이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의 진전에 대해 평가하면서 이 두가지에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피봇에 적절한 시기가 9월이라는 시그널을 일관되게 주고 있었던 상황이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거래자들은 연준이 9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0%로 보고 있다. 이가운데 93.7%는 25bp(1bp=0.01%), 6.7%는 50bp 인하 가능성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즉 금리선물시장에서 선물 거래에 이미 반영된 9월 인하 가능성은 100%이다.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7월 초반까지는 60%~75% 사이에 머물렀으나 지난 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만에 가장 낮은 3.0%로 나타나면서 일주일만에 100%로 높아졌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의 가장 큰 경제 문제가 엔화 약세, 달러 강세라고 꼽았다.달러가치가 떨어지려면 금리를 낮추는게 필수적인데 11월 5일전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해서 안될 일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 결국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만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금리 인하를 해야 하니 대선전에 하지 말라는 뜻이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경제블로그 ‘더 매크로 투어리스트’운영자인 케빈 뮤어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취임직후 파월을 해고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린든 존슨이 윌리엄 맥체스니에게 한 것처럼 협박으로 금리를 낮추려고 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이라면 압력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사임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날 트럼프와 측근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달러화 대비 엔화와 위안화 약세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만큼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리정책외에도 달러 평가절하를 위한 무역 등의 정책을 집중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뮈어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수십년만에 가장 공격적인 관세와 결합된 공격적인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달러를 숏 포지션(매도)하고 미국채를 롱 포지션(매수)으로 잡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금도 엄청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달러현물 지수는 이 날 0.4% 하락하면서 모든 선진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달러는 올들어 3% 상승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