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기소된 대북전문가 수미 테리, 탈북 다큐로 에미상 후보(종합2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박찬욱 '동조자'로 에미상 조연상 후보 올라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더 모닝쇼'로 여우조연상 후보로 선정
日 배경 역사드라마 '쇼군' 25개 최다 후보…"외국어 작품 이례적"
영화 '아이언맨'과 '셜록홈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미국 드라마 '동조자'로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최근 미 검찰에 한국 정부를 대리해 불법적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제작자로 에미상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 목록에 따르면 다우니 주니어는 HBO 채널에서 방영된 '동조자'로 미니시리즈(Limited·Anthology Series·Movie)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다우니 주니어는 이 드라마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하원의원, 영화감독, 교육자 등 1인 4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이번 에미상 남우조연상을 두고 조너선 베일리('펠로 트래블러스'), 톰 굿먼-힐('베이비 레인디어'), 존 호크스('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 러몬 모리스('파고') 등 배우들과 경쟁한다.

'동조자'는 박 감독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연출·제작을 맡은 드라마로 관심을 모았으나, 남우조연상 외에 작품상이나 감독상 등 다른 부문에서는 후보에 들지 못했다.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각색한 이 7부작 드라마는 지난 4월 쿠팡플레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방영된 바 있다.
한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얼굴을 알린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애플TV+에서 방영된 '더 모닝쇼'로 이번 에미상 시상식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북한 주민의 험난한 탈북 과정을 다뤄 호평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는 올해 미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된 바 있는데, 이번 에미상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부문(Exceptional Merit In Documentary Filmmaking) 후보에 올랐다.

미국에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로 최근 미 검찰에 기소된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 박사는 이 다큐멘터리의 공동 제작자(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다른 3명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의 도움 아래 탈북민 가족의 목숨을 건 실제 탈출 여정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로, 미국 감독 매들린 개빈이 연출했다.

지난해 1월 미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돼 호평받았으며 작년 말 아카데미 영화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예비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에미상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에서는 미국으로 입양돼 요리사로 성공한 한국계 크리스틴 키시가 후보로 지명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NBC유니버설 계열 브라보 채널의 인기 요리경연 프로그램 '톱 셰프'(Top Chef) 시즌 21의 진행자를 맡아 활약한 바 있다.
올해 에미상 후보작 가운데서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쇼군'과 요리사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더 베어'가 각각 20여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다.

'쇼군'은 17세기 초 일본의 정치적 음모를 다룬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안나 사와이), 남우주연상(사나다 히로유키) 등 모두 25개 후보에 올라 올해 최다 지명된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 드라마는 미국 방송사에서 제작하긴 했지만,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으며 일본어 대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기록을 썼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CNN 방송은 "'쇼군'이 에미 역사를 썼다"며 "이 시리즈는 2022년 처음으로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비영어 프로그램이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인들은 최근 몇 년간 자막이 있는 (비영어) 시리즈를 전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짚었다.

지난해 에미상 시상식에서도 코미디 시리즈 부문 상을 휩쓴 '더 베어'는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도 새 시즌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제러미 앨런 화이트), 여우주연상(아요 어데버리) 등 23개 후보로 지명됐다.

이 드라마는 2009년 인기 시트콤 '30 록'(30 Rock)이 에미상 22개 후보에 오른 기록을 깨고 코미디 시리즈 부문 역대 최다 후보에 지명되는 기록을 썼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을 놓고는 '쇼군' 외에 '더 크라운', '폴아웃', '더 모닝쇼', '삼체' 등 8개 작품이 경쟁한다.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 후보로는 '베이비 레인디어', '파고', '레슨스 인 케미스트리', '리플리',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 등 5개 작품이 지명됐다.

방송사나 스트리밍 플랫폼별로 보면 FX의 경우 '쇼군'과 '더 베어'가 부문별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총 93개 후보에 오르며 압도적인 기세를 보였다.

다만 넷플릭스는 '더 크라운'을 필두로 총 107개 후보를 배출해 수적인 우위를 점했다.

미국 드라마의 명가로 꼽히며 작년까지 에미상을 휩쓴 HBO는 총 91개 후보에 그쳐 3위로 내려앉았다.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5일 오후 5시(미 서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리며, 미 ABC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지난 75회 시상식은 할리우드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지연돼 올해 1월 개최된 바 있다.

이번 에미상 시상식은 지난 시상식과의 간격이 짧아지면서 심사를 위해 제출된 프로그램 수가 급감했고, 일부 부문에서는 출품작이 부족해 후보작을 선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며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2022년 9월 열린 제74회 시상식에선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았다.

올해 1월 열린 제75회 시상식에선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작품상과 감독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을 포함해 8관왕을 휩쓸었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저녁 주요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본상 격이며, 낮 시간대 프로그램과 스포츠·뉴스·다큐멘터리 등을 시상하는 데이타임 에미상은 별도로 개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