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새벽배송 갔다가…"죽으라는 거냐" 택배기사들 분노

악천후 속 새벽배송 강행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밤사이 의정부시 등 경기 북부 지역엔 시간당 최고 70mm의 비가 쏟아졌다.

경기 북부와 인천 등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곳곳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인천 강화의 한 마을이 고립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유명 물류업체가 배송 기사들에게 무리한 새벽 배송 업무를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물류센터 안에 앞이 안 보일 만큼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50여 명의 배송 기사들은 이미 비에 젖은 물건을 서둘러 트럭에 실었다.
경기북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7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도로에 차량이 침수돼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사진=뉴스1
한 배송 기사의 '이건 죽으라는 거야'라는 혼잣말이 들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 의정부시 쿠팡 물류센터 배송 기사들은 악천후로 인한 안전 문제를 호소했지만 비가 잠시 잦아들자 배송은 그대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호우가 내린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문천지 상류에서 소방구조대가 실종자 수색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9일에는 한 쿠팡 카플렉스 기사가 경북 경산에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일도 있었다. 쿠팡 카플렉스는 본인 차량으로 쿠팡 물건을 배달하며 건당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택배노조는 "과도한 페널티 제도인 ‘상시적 구역회수 제도(클렌징)’를 폐지하고, 배송 완료 마감 시간을 페널티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폭우, 폭설, 혹한, 혹서 등 악천후에서의 배송업무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상청은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를 발효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외출이나 차량 운전을 자제하고 하천 근처에서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수락지하차도∼성수JC), 내부순환도로 성수방향 일부 구간(마장∼성동), 증산교 하부 도로 교통도 통제됐다.

서울 시내 둔치주차장 4곳도 진입이 통제됐다. 비는 이날 낮에 그쳤다가 오는 19일 낮에 다시 시작돼 20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