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공직할당' 반대시위 진압에 美정부 "시위권 보장 촉구"

6명 사망·수백명 다쳐…할당제 지지 방글라 총리 "사망 사건 엄밀 조사"
방글라데시 당국이 추진 중인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거세게 확산하는 가운데, 현지 정부와 여당 소속 학생들이 이를 막으려 들자 미국 정부가 학생 시위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현지 다카트리뷴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평화적인 시위대에 대한 어떠한 폭력도 규탄한다"며 방글라데시 정부를 향해 "평화적으로 항의할 개인 권리를 지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방글라데시 정부에 위협이나 폭력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서는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도입을 놓고 반대하는 학생들과 이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충돌하면서 6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이처럼 시위가 거세지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법위원회를 구성, 이번 사망 사건을 엄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학생들이 정의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할당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시나 총리는 반대 시위대를 독립 전쟁 당시 파키스탄 군과 협력한 라자카르 군에 비유하는 등 노골적으로 할당제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

2018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대규모 대학생 반대 시위로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은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지 결정을 무효로 하자 대학생들이 다시 거세게 반발하며 전국에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많은 이들이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정부 일자리를 선호한다.

매년 약 40만명의 졸업생이 공직 3천개를 놓고 경쟁할 정도다.

상당수 대학생들은 할당제 부활과 관련해 사법부는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집권당의 대학지부 회원 등 할당제를 지지하는 친정부 학생들은 찬성 시위를 벌였고, 찬반 두 집단이 충돌하면서 벽돌과 몽둥이가 등장하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할당제 반대 학생들은 전날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을 치른 뒤 또다시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했다. 정부는 다카, 치타공 등 5개 대도시에 준군사조직인 국경수비대방글라데시(BGB) 병력을 배치했으며 전국 고등학교와 대학교, 이슬람 종교학교 등에 휴교령도 내린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