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흑인·라틴계 사로잡은 비결은…"청개구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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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이념 대신 먹고사는 문제 해답 찾으려 노력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 위기를 모면한 후 대부분 계층 지지율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앞선 가운데 흑인들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세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이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이민 정책을 놓고 전통 공화당의 접근과 정반대 전략을 선택 했기 때문란 분석이 나온다.
이민에 반대, MZ세대 히스패닉에 어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7일(현지시간)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라틴계와 흑인 유권자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2020년 대선 당시에 비해 상승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는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최근 실시된 3회 연속 여론조사, 2회 전국 여론조사, 대선 경합주 7개 여론조사 등에서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잇따라 20%대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조사에서 68%가량의 지지를 얻었다. 2020년엔 흑인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12%에 불과했고, 바이든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그러나 80%포인트에 가까운 격차가 최근 50%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라틴계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전국 여론 조사의 종합 결과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각각 30%대 초반의 지지율로 거의 동률을 이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높은 라틴계 유권자의 지지율을 이끌어냈다. 2020년 선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2%와 65%로 두 배 이상 차이났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무분별한 이민자 유입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플로리다 유세에서 "우리는 남부 국경을 통해 침략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침략을 가장 막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바로 히스패닉계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흑인 유권자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의 공화당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민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두 번, 민주당에게 6번의 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트럼프는 기존 공화당과 달리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워 2016년 백인 노동자 층의 지지를 끌어냈고, 최근엔 흑인과 히스패닉의 지지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의 이민 2세 비율이 늘어나면서 이민은 이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라틴계 비중이 높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선 2002년 새로 투표에 등록한 라틴계의 37%가 외국 태생이었으나 올해 그 비율이 12%로 떨어졌다. 마이크 마드리드 공화당 전략가는 "나이든 유권자들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환경이나 기후 대신 노동자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달 WSJ의 여론조사에서 '올해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라틴계 유권자들이 이민을 선택한 비율은 전체 유권자와 거의 비슷했고,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평균보다 높았다. 공화당 히스패닉 외곽 조직인 비엔베니도의 아브라함 엔리케즈 대표는 “영어는 우리의 모국어이고 우리는 티켓 상단에 표현되는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다"며 "가정을 이루고 주택을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경제 정책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흑인들을 끌어들이면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아 출신의 사업가이자 공화당 대의원인 브루스 르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흑인 하원의원들이 많이 배출됐다"며 "흑인이면 무조건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간주하는 대신 트럼프처럼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