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보면 볼수록 비싼 주식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일하고 있는 유가증권시장 트레이더들. 사진=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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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MBA 교수

아무튼 오르는 주식

2023년 중반부터 미국 주가지수를 중심으로 최근에는 KOSPI를 포함한 주요 지수들이 어떤 뉴스에도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 초 뜨거웠다 잠시 쉬어가는 듯 하던 일본시장도 최근 상승세를 재개하는 모습니다. 채권시장에서도 하이일드를 필두로 크레디트 시장이 랠리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주식과 채권시장 상승세는 지속되는 미국경제의 성장세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회복세가 뒷받침하고 있다.고금리 정책에도 미국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경기침체 위험은 이미 잊힌 지 오래이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은 증가하고 있고 기업실적은 올해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2007년 이후 최고수준에 묶어두고 있음에도 실업률은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어 과연 금리인하가 필요한 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따른 부실채권 문제가 가끔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만한 요소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작년 초 지방은행 파산 사태는 연준의 적절한 긴급조치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통제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준이 언제든지 경기와 시스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연준 풋”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으로 유럽의 정치적 지형이 복잡해지면서 프랑스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한때 오르기도 하였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어떤 후보도 논의하지 않고 있는 이슈인 커져만 가는 재정적자가 지속 가능한 지에 시장이 한번쯤 의문을 제기할 만도 하지만 아직까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 않다. 아마도 어느 순간 채권시장이 문뜩 깨어날 때까지는 이대로 아무일 없는 듯이 덮어두고 갈 모양이다.

양적긴축에도 더 풀렸던 유동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 랠리는 고용시장 활황을 바탕으로 지속되고 있는 가계소비 성장세, 높은 마진을 유지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실적 그리고 AI관련 투자붐 및 기업실적의 잠재 성장성에 대한 낙관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최근의 주식시장 상승세는 이런 긍정적 시장 펀더멘탈에 기름을 붓는 격인 유동성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작년 1/4분기 지방은행 파산 사태 이후 확대되었던 시장 유동성이 위험자산 가격을 크게 밀어 올린 것이다.그러나 연준의 양적긴축에도 작년 1/4분기부터 확대되었던 유동성이 지난 2/4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축소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T-bill (단기 국채) 발행물량이 축소되면서 머니마켓 펀드의 자금은 다시 연준의 역REPO (Reserve Repo Facility, RRP)로 쏠리게 되며 시장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연준의 양적긴축 역시 연준 자산규모를 매월 950억 달러씩 감소시키고 있다. 또한 지방은행 사태로 도입되었던 은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도 4월말에 종료되면서 750억 달러의 저금리 자금이 시장 유동성에서 빠지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6,000억 달러의 초과 지급준비금이 시장 유동성에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올라버린 대형 기술주들

작년부터 불어난 유동성은 AI의 잠재성에 대한 시장의 열광을 바탕으로 대형 기술주로 쏠렸다. 올 상반기 S&P 500 지수 상승분의 55%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일리 라일리, 메타와 아마존이 주도했다. 이들 5개 주식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수의 27%이기 때문에 지수를 추종하는 대부분의 뮤츄얼 펀드나 ETF는 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쏠림 현상은 밸류에이션을 기초로 중장기 투자전략을 세우는 전통적 투자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시장상황을 만들어버렸다.지난 주 발표된 6월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는 1/4분기 재상승하는 기미를 보였던 물가상승세가 꺾였을 뿐 아니라 급격히 하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Core CPI)는 전월대비 1% 미만 상승에 그쳤고 단기 추세를 보여주는 3개월 이동평균값(연율 환산)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을 살짝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올 초 투자자들을 잔뜩 긴장시켰던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확연히 꺾이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후 채권선물시장은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90% 이상의 확률로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심지어 연준이 9월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7월에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낮게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에 미 국채시장에서는 단기물과 장기물이 모두 상승하고 수익률 곡선은 역전된 상황 속에 약간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흥미로운 반응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는데 엔비디아가 6%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해 상반기 주식시장 랠리를 주도하였던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이 일제히 2% 이상 하락한 것이다. 반면 금리인하 기대감에 소형주 지수는 크게 반등하였다.

과거에도 있었던 버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가장 크게 하락하였던 대형 기술주들이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와중에 일제히 하락한 것은 시장의 취약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S&P 500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엔비디아 주가의 폭발적 상승세이다. 시장 컨센서스에 의하면 올해 엔비디아의 매출은 작년의 두배에 달하는 1,2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다. 2/4분기 매출이 2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재 추세라면 시장 예측치는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에 의하면 엔비디아의 매출은 내년부터 2028년말까지 다시 두배가 성장해 2,4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총 반도체 매출액이 5,330억 달러였으니 엔비디아의 AI관련 매출은 전체 반도체 시장을 집어삼킬 기세인 것이다.

엔비다아의 주가는 올 초 2024년 예상순익의 25배 수준에서 불과 6개월만에 45배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여기에는 AI관련 대형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적극적 투자가 계속될 것이고 엔비디아의 시장 선도적 입지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며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상당히 낙관적인 가정이 깔려있다.

AI 테크놀로지 도입으로 나타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환상”은 이미 시장선점을 노리는 대형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프라 투자로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이미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 지고 있는 AI관련 투자가 앞으로도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기대가 현실적일까? 필자의 전 동료이던 짐 코벨로 골드만삭스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AI 관련 몇가지 의미심장한 관점을 제공한다.

첫재, AI 관련 인프라는 설립하고 유지하는데 AI 테크놀로지가 대체하려는 기술이나 업무 프로세스보다 휠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는 과거 인터넷과 같은 기술적 혁신이 대체하였던 기술이나 업무 프로세스보다 휠씬 저렴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이다.

둘째, AI 도입 비용은 다른 테크놀로지들과 달리 수요가 증가할수록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엔비디아의 시장 선도적 입지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AI 관련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기업인 ASML의 경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셋째, AI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다. 예를 들어 AI는 복잡한 정보에 대한 기본적이지만 정확한 요약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

넷째, AI 테크놀로지를 과연 어떻게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윤곽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초기 단계부터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반면 AI는 일부 소프트웨어 코딩을 제외하고는 혁신적 활용 사례는 아직까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지나친 시장 기대감은 대형 IT기업들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로 하여금 AI관련 투자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집중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 있는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상당한 실적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로버드 암스트롱은 이들 기업들을 골드러쉬의 한복판에서 삽과 곡괭이를 파는 대장장이에 비유한다. 골드러쉬는 한낮 환상으로 끝날지 몰라도 이들 기업들은 적어도 환상이 지속되는 기간에는 큰 이익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올 결말은 꽤 큰 고통을 수반할 듯

AI 버블은 혁신적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버블은 아마도 이번 경기 사이클이 꺾이는 시점에서도 본격적인 수익을 내는 혁신적 AI 응용 수익모델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시장이 깨닫게 될 때 갑자기 터지게 될 것 같다. Chat GPT의 언어모델이 가져온 충격과 함께 대형 IT기업들은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면서 엄청난 AI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거의 모든 기업들의 실적발표에서 최고경영진은 AI관련된 언급을 빼놓지 않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AI관련 투자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박감은 늘 있어왔고 항상 과잉투자로 이어지곤 했다.

연착륙이건 경착륙이건 경기사이클은 경기하강 국면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지금도 미국경기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아마도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업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기업들은 수익이 언제 날지 모르는 AI 투자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것이다. 물론 시장도 좀더 이성적이 될 것이다.

언제가 변곡점일까?

마 연준은 2023년 7월 정책금리를 현재의 5.5%까지 올린 후 1년째 2007년 이후 최고수준의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의 여파로 신용카드 연체율과 자동차 할부금융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지방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경직되어 있다. 고금리로 인한 저소득층의 고통은 깊어가고 있다.

6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연준은 금리인하에 나선다고 해도 올해에는 2회에 걸쳐 0.5% 포인트 정책금리를 낮추는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고용시장은 마침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며 고금리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6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 실업률은 올 초 3.7%에서 4.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4.1% 수준의 실업률은 절대적으로 낮고 팬데믹 이전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안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고용시장 지표들은 구인수, 임금상승률, 고용실적이 모두 하락하면서 가계소비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고용시장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고금리의 여파가 이제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베버리지 곡선이 정상화되면서 지금부터는 구인수 감소가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를 급격히 둔화시킬 수 있는 변곡점에 도달하였다. 결국 높은 금리수준이 오래 유지될수록 실업률이 상승하며 경기침체의 가능성도 높아지기 시작하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2021년 인플레이션 예측에 실패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연준은 금리인하와 속도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연준이 고용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지금부터가 중요해 보인다.

지금이 하락에 대비하기 시작할 때

인플레이션 하락세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런 시장의 낙관론을 크게 훼손할 만큼의 충격적인 경제 지표가 발표될 가능성도 낮아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2/4분기 기업실적과 가이던스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고 채권시장 신용 스프레드는 사상 최저치에 머물고 있어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주식시장 상승세를 부축였던 유동성은 축소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 변동성 지표는 채권시장 변동성과 달리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헤징하기 좋은 기회로 보인다. 항상 가격 조정에 대한 리스크를 헤징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는 모두가 낙관론에 취해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