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행안차관 "동의하기 어렵다"

"재정에 관한 정부 권한과 재량 제한해"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민생위기 극복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위헌성 논란과 국가·지방재정 부담의 문제가 있고, 정책적 효과를 확신하지 못할뿐더러 집행상의 문제도 있다"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해당 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차관 또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고기동 차관은 18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게 돼 있는데, 우리 국민 5천만명 중 4천만명은 지역사랑상품권을 쓰지 않고 있다"며 "카드형이나 지류상품권으로 받아야 하는데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는 4천만명의 국민이 받으려면 1초에 1장씩 신규 발행한다고 해도 7∼8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종이로 발행한다면 2억장 정도가 배포될 텐데 조폐공사가 단기간에 2억장을 발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속칭 '상품권깡'이라는 부정이 상당히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 차관은 2020년 코로나19 때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담당 국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법이 불가능한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도 지급 수단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택한 국민은 5∼1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다른 수단으로 받았다"며 "조폐공사와 카드 제조회사의 실제 (지역사랑상품권) 제조 능력을 확인했고, 이것은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한 돈의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나머지는 저축이나 (원래 사용하려던 곳에 소비하는) 대체 소비로 상쇄됐을 것"이라며 "이번에 13조원을 쓴다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3조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그는 "돈을 쓴다면 어려운 분들에게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민생의 어려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이 정책 수단이 적절한지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어느 부분에 위헌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는데 (이번 법은) 예산편성권을 상당히 제약하고, 추경 또한 강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 차관은 해당 법에 대한 정부 측의 의견을 제시하라는 말에 "(이 법은) 지급 대상, 지급액, 지급 수당에 대해 굉장히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며 "재정에 관한 정부의 권한과 재량을 상당히 배제 및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액은 지급 대상에 따라 25만∼35만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연합뉴스